(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내달 4일 실시되는 이탈리아 총선을 앞두고 '킹 메이커'로 급부상하며 최근 적극적으로 대중 앞에 나서온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1) 전 총리가 예정된 TV 출연을 잇따라 취소, 건강이상설이 불거졌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지난 28일 공영방송 RAI와의 계획된 인터뷰를 취소한 데 이어, 31일로 잡혀 있던 또 다른 TV 쇼의 출연도 철회했다.
그러자 고령에 2016년 심장 판막 수술까지 받은 그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팔순을 넘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번 총선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제1야당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31) 대표, 민주당을 이끄는 마테오 렌치(43) 전 총리에 비해서는 각각 할아버지, 아버지 뻘에 해당한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이와 관련,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근래의 잦은 외부 일정에 지친데다 고혈압 등에 시달리고 있어 주치의들이 병원에서 전면적 건강 검진을 권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그러나 제기된 건강 이상설에 대해 부인했다.
그는 31일 밤 자신이 소유한 방송사 메디아세트의 한 시사 프로그램과의 전화 연결에서 "경쟁자들을 실망시켜 미안하지만, 나는 정말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정당 전진이탈리아(FI)의 총선 후보 명부를 확정하는 작업 때문에 지난 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휴식을 취하고 있을 뿐이라며 "선거에 이기기 위해 다시 유세를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 차례 총리를 역임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성추문 의혹과 이탈리아가 국가 부도 위기까지 몰린 재정 위기 속에 2011년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2013년에는 탈세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은 여파로 상원의원직까지 박탈 당하며 정치 인생이 끝나는 듯 했으나, 작년 6월 지방선거에서 우파 연합을 이끌며 압승을 일군 것을 계기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는 2013년 받은 유죄 선고 여파로 2019년까지 공직 진출이 금지되며 이번 총선에서는 직접 총리 후보로 나설 수 없게 됐으나, 극우정당인 동맹당, 이탈리아형제당(FDI)과 손잡고 결성한 우파 연합의 구심점 노릇을 하며 주가를 높이고 있다.
우파 연합은 현재 합계 지지율이 37% 안팎에 달하고 있어, 단일 정당 가운데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오성운동, 좌파 진영의 분열 로 고전하고 있는 집권 민주당을 제치고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차지할 것이 유력시 된다.
현재 우파 연합의 지지율은 정부 구성에 필요한 선에는 못미치지만, 선거 당일 지지세가 결집할 경우 정부 구성에 필요한 하한선으로 인식되는 40% 득표까지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어느 정당도 단독으로 정부를 꾸릴 수 있는 득표율을 기록하지 못할 경우에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렌치 전 총리가 연대해 대연정을 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지느냐에 상관없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총선 이후 정국의 향배를 좌우할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유다.
한편, 그는 풍부한 경험과 연륜을 갖추고, 유럽연합(EU)에 우호적인 자신이야말로 포퓰리즘의 파고에서 이탈리아를 구해낼 유일한 정치인이라고 내세우며 표심을 파고 들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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