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만큼 '외교' 중요…올림픽 긴장완화 때 외교 거부는 무모"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의 낙마를 계기로 대북 군사행동 실행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미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논설을 통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NYT는 1일(현지시간) 논설위원실 이름으로 "북한에 '화염과 분노'로 장난치기"라는 제목의 글을 싣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미국의 단독 군사행동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으나 우리는 '그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공개 반대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북한에 구금됐다 풀려난 뒤 숨진 오토 웜비어 등을 거론하며 감정적인 측면을 토대로 전쟁에 당위성을 부여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초대된 웜비어 부모 등을 소개하는 등의 방식으로 감성적으로 접근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나 잔혹한 정권 문제는 중대한 위협이며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한 문제이기는 하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과거 그가 북한에 대해 드러낸 호전성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 NYT의 해석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맥락을 살펴보면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남북 간 긴장 수위를 낮추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보려는 시점에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다. 저명한 한국 분야 학자인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가 낙마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기도 하다.
차 내정자는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개발하기 전 선제 타격을 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위협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가 결국 몰인정하게 밀려났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미국인을 전쟁터로 보내는, 대통령이 내릴 수 있는 가장 중차대한 결정이 걸린 문제에 반대 의견을 내놓는 사람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나 차 내정자는 대북 문제에 있어 '비둘기파'가 아니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차 내정자는 평소 미사일 방어 시스템 강화와 한국, 일본과의 정보 공유 및 타격 능력 강화 등 '가혹한 제제'에 지지를 표했다.
NYT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과 차 내정자 모두 '외교'를 언급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 문제를 해결할 쉽고 좋은 방법은 없으며 북한으로 유입·유출되는 치명적인 기술을 차단하고, 경제제재를 가하는 방안이 그나마 이성적인 전략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협상을 포함한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NYT는 "한국이 평창올림픽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 가능성을 열어보려는 때에 군사행동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집착과 진지한 외교적 접근에 대한 거부는 무모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며 "미국은 9·11테러 이후 지속적으로 전쟁을 치르며 최소 172개 국가와 영토에 24만 명의 현역군인과 예비군 병력이 배치돼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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