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운전사에게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인사하고 탑승
"남쪽, 건물도 많고 버스도 화려하다…듣던 것과 달라"…야경에 감탄
(평창=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1일 양양공항에 도착한 32명의 북한 선수단은 쏟아지는 질문에도 대부분 입을 꾹 닫은 채 서둘러 버스에 탑승했다.
북한 선수단을 이끄는 원길우 단장만이 "남녘의 겨레들에 우리 북녘 동포들의 인사를 전한다"고 짧게 소감을 말했을 뿐이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북한 대표팀 선수는 모두 22명이다.
이중 국제대회 출전 경험이 많은 피겨 페어의 렴대옥(19·대성산 체육단) 정도만 환하게 웃었고, 일부 선수는 어색한 듯 살짝 미소만 지었다.
버스 안에서도 긴장을 놓지 않았던 나머지 선수들은 강릉선수촌으로 출발한 뒤에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조직위 수송팀 한 관계자는 "경직됐던 선수들이 이동 중에는 화기애애했다. 선수와 관계자 모두 '선생님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고 탑승했다. 현송월이 왔을 때 (언론을 통해) 엄숙한 분위기만 접했는데, 정작 버스 안에서는 자기들끼리 경치를 구경하면서 재잘재잘 이야기 나누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양양공항부터 북한 선수단의 대회 기간 숙소인 강릉선수촌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은 대략 40분 정도다.
북한 선수단은 창밖의 남쪽 풍경을 보고 '(북한에서) 듣던 것과 다르게 건물도 많고, 버스도 화려하다', '한국에 와보고 깜짝 놀랐다'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북한 선수들은 우리나라를 1960∼1970년대 수준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야경에 가장 감탄했다"고 전했다.
이번 북한 대표팀 선수 전원은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났다. 최고령 선수는 남자 알파인 스키의 최명광(28)이다.
공항에서는 보는 눈이 많아 주위를 살필 겨를도 없이 버스에 탔지만, 젊은 선수들답게 처음 보는 광경에 호기심을 숨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강릉선수촌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릴 때도 예의 바르게 인사하더라. 버스 기사에게 '선생님 덕분에 안전하게 여기까지 왔다', '대회 끝날 때까지 안전하게 운전하시라'는 말을 했다. 순수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북한 선수단은 오후 8시경 버스에서 하차한 뒤 다시 입을 다물었다. 이들은 뒤늦은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대한민국에서의 첫날 밤을 보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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