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조정석·김상중·김승우 등 연극 출연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TV나 영화에서 주로 활동하며 낯익은 배우들이 줄줄이 연극 무대를 찾고 있다. 활동 영역을 넓히는 차원에서 처음 연극에 도전하는 스타들부터 연극에서 출발했던 배우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의 연기를 재정비하겠다는 취지까지 무대에 서는 이유도 다양하다.
'히말라야', '검사외전' 등으로 최근 몇 년간 잇따라 1천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 잡은 황정민은 연극 '리차드 3세'로 무대에 섰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나왔고 극단 '학전'에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한 황정민이 무대에 서는 것은 2008년 '웃음의 대학' 이후 10년 만이다. 이 연극에는 황정민 외에도 정웅인, 김여진도 출연한다. '리차드 3세'는 황정민 등의 출연 소식에 티켓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에서 연극부문 예매율 1위를 기록 중이다.
TV와 영화에서 주로 활동해 온 김상중도 오랜만에 연극 무대를 찾는다. 1990년 연극 '아이 러브 빵'으로 데뷔한 그는 연극 '미저리'에서 소설가 '폴'역을 맡았다. '폴'역에 더블 캐스팅된 김승우는 1990년 영화 '장군의 아들'로 데뷔한 이후 연기생활 28년 만에 처음 연극에 도전한다.
이달 말 개막하는 연극 '아마데우스'에서는 조정석과 김재욱이 주목받는다. 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으로 데뷔하며 뮤지컬 분야 스타로 자리 잡았던 조정석은 영화 '건축학개론'(2012) 이후로는 영화와 TV에서 주로 활동해 왔다. 이후 뮤지컬에는 간혹 출연하긴 했지만, 연극은 2010년 '트루웨스트' 이후 8년 만이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을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최근에는 드라마 '보이스' '사랑의 온도' 등에 출연한 김재욱도 '아마데우스'로 연극에 데뷔한다.
원로배우 최불암(78)도 4월 '별이 빛나는 밤'(가제)으로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설 예정이다.
지난해에도 드라마에서 인자한 아버지역으로 친숙한 장용이 '사랑해요, 당신'으로 35년 만에 연극 무대를 밟았고 영화배우 류승범 역시 '남자충동'으로 14년 만에 연극에 출연했다. 이밖에 극단 목화 출신으로 연극계의 스타였고 최근에는 영화와 드라마에 주력했던 장영남은 4월 그리스 고전극 '엘렉트라'로 7년 만에 고향 무대에 돌아온다.
아예 탤런트들로 구성된 극단도 생겼다. 서울 SH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쥐덫'은 MBC 공채탤런트들이 만든 'MBC 탤런트 극단'의 창단작품이다. 박형준, 임채원, 윤순홍, 정욱, 오미연 등 안방극장에서 낯익은 탤런트들이 대거 출연한다.
TV와 영화에서 활동하던 스타들이 잇따라 연극 무대를 찾는 현상을 두고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MBC탤런트극단 대표를 맡은 정세호 PD는 "과거에는 방송사 공채탤런트로 뽑히면 드라마 출연기회가 어느 정도 보장됐지만,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그래서 자발적으로 극단까지 만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정민은 "촬영 때만 집중해서 찍는 영화를 하다 보니 이번 연극을 연습하며 연기 호흡이 짧아졌다는 걸 느꼈다"면서 연극을 통해 긴 호흡의 연기를 다시 배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극은 '엔지'(NG) 없이 현장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만큼 카메라와 '컷' 신호에 익숙해진 연기자들에게는 결코 만만한 분야가 아니다.
2016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했던 문근영은 당시 "내 실수와 부족한 부분이 완전히 드러나는 곳이 연극 무대"라면서 "벼랑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함께 출연했던 배우 박정민 역시 "무대에서 연기하다가 한 차례 공연에 두세 번은 '다시 할게요'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스타의 이름에 기대는 스타마케팅이라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연극과 TV, 영화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양희경은 "연극배우들이 TV로 가서 자리 잡고 활동하듯이 탤런트들도 연극무대에서 자리 잡고 활동하며 순환하고 교류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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