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 진정으로 전반 점검…법무부·검찰 내 여성 대상
檢진상조사단·법무부대책위에 자료요구 방침…"피해 제보해달라"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검찰 내 성희롱 관행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의 진정에 따라 해당 사건을 비롯해 검찰 전반의 성희롱·성폭력 문제를 직권조사하기로 했다.
인권위가 검찰 전체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은 2일 오후 서울 저동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늘 오전 상임위원회에서 직권조사 실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 총장은 "이번 조사는 피해자들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대한 비밀을 보장하겠다"면서 "우리 사회 '미투' 운동이 물결처럼 번져 나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 검사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전날 '2010년 성추행 사건과 2차 피해에 관한 조사' 진정을 인권위에 제출했고, 인권위 측은 이를 곧바로 접수했다.
직권조사단장은 조형석 차별조사과장이 맡았고, 성희롱 문제를 오랜 기간 담당한 전문 조사관 9명이 투입된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 위원들과 여성단체 등 전문가들에게 검찰문화 개선을 위한 의견도 구하기로 했다.
조사는 검찰 내 여성 검사와 수사관, 직원 등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할 예정이다. 대검 감찰부와 법무부 감찰과·여성아동인권과 등 감찰·징계·성희롱 예방 관련 기능이 그동안 제 역할을 수행했는지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아울러 대검찰청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등에 내부적으로 조사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계획이다.
직권조사단은 '미투' 운동에서 이름을 따온 제보 이메일(metoo@nhrc.go.kr)과 제보 전용 회선(☎02-2125-9731)을 개설하고, 법무부 혹은 대검과 협조를 통해 검찰 내부 여성 직원이 접속할 수 있는 제보 홈페이지를 개설할 예정이다.
검찰에서 조사를 받다가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본 일반 시민의 제보도 접수되면 조사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인권위법에 따라 진정이 따로 접수되지 않았더라도 인권침해나 차별 행위가 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인정되는 사건에 대해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직권조사 결정과 관련해 "대검과 법무부가 자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 검토에 나섰지만, 인권위는 성희롱 전담부처로 객관적으로 검찰 내 성폭력 문제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 검사 사건을 포함해 다른 사건도 제보가 들어오더라도 인권위에 강제수사권이 없는 탓에 가해자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권위는 서 검사의 폭로 이후 악의적 소문이 번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법무부와 검찰 측에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내부 특별교육 실시를 촉구했다.
인권위는 2002년 검찰 조사를 받던 피의자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던 후 당시 서울지검에 직권조사를 벌인 적 있지만, 검찰 전체에 대한 직권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hy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