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조례 폐지는 위헌" vs "게이·레즈비언 빗장 풀릴 것" 논란
(홍성=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자유한국당 소속 충남도의원들이 주도한 인권조례 폐지안이 결국 본회의를 통과했다.
충남도의회는 2일 제30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어 자유한국당 김종필 의원이 대표발의한 '충청남도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충남인권조례)을 가결했다.
재석 의원 37명 중 과반인 25명이 찬성해 통과됐다. 반대 11명, 기권이 1명이었다.
정당별 의석수는 자유한국당 26석, 더불어민주당 12석, 국민의당 2석 등 40석이다.
한국당을 탈당해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꾼 조치연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6곳이 인권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인 가운데 인권조례가 폐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종문 의원 등 민주당 소속 11명은 "이미 7만7천여명의 도민이 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청구해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주민들의 청구안이 제출된 뒤 다음 본회의에서 논의하자"며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상정했으나 부결됐다.
의원들은 이날 폐지 조례안 표결에 앞서 찬반 입장으로 나뉘어 2시간 동안 토론을 벌였다.
민주당 김연 의원은 "인권조례 폐지에 찬성하신다는 분들의 문자 폭탄이 이어지고 있다"며 "두 아이의 엄마에서 세 아이의 엄마로 주어만 바뀌고 내용은 똑같이 붙여넣기 한 여러 통의 문자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항에도 성별과 종교, 나이, 이혼, 전과,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며 "한국당 의원들의 논리대로라면 이 같은 조항이 이혼을 조장하고 전과를 조장할 우려가 있는데 왜 이 항목은 빼라고 하지 않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한국당 의원들이 동성애 조장을 주장하며 인권조례를 폐지하겠다면, 교육 현장에서 성 소수자를 차별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선언해 보시라"며 "특히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한국당 윤리규칙에도 어긋나는 만큼 한국당 의원들은 당원 자격도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공휘 의원도 "충남지역 청소년, 노인, 장애인, 이주 노동자, 결혼 이주자 등 인권 취약계층이 100만명으로 도내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한다"며 "이들이 충남 인권조례의 보호를 받아 인권정책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 자문에서도 인권조례 폐지를 청구하는 것은 현행법(국가인권위원회과 지방자치법)에 위반된다는 결과를 받았고, 성적지향성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을 허용하자는 것과 같아 헌법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들었다"며 "조례폐지안 처리는 위법"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조례폐지안을 대표 발의한 한국당 김종필 의원은 "인권조례 폐지 조례안 제8조를 보면 도지사는 도민 인권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전담 부서를 설치해야 한다고 하는데, 도민 인권선언에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를 담고 있어 동성애를 옹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권조례로 인해 동성애자가 증가하고 에이즈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며, 미국질병관리본부도 에이즈는 동성애가 주된 경로라고 설명한 바 있다"며 "당초 인권정책으로 갈등을 일으킨 원인도 충남도이고, 이 같은 사태까지 이른 책임도 도에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김용필 의원도 "중세시대 동성애가 횡행했던 '소돔과 고모라'에 지진이 일어나서 파괴된 이유는 동성애를 막고 있는 하나님의 뜻"이라며 "성별 정체성을 용인하면 남자가 남자를 키스해도 된다고 해도 되는 것이 되고, 게이·레즈비언 등에 대한 빗장이 풀릴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폐지 조례안 찬성과 반대 입장 측 의원들 간 서로 고성이 오가며 장내가 소란을 빚었다.
도는 이날 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이 가결됨에 따라 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할 방침이며, 재적 의원의 과반이 출석한 가운데 전체의 3분의 2가 찬성하면 가결된다.
충남인권조례는 2012년 5월 당시 자유선진당 소속이던 송덕빈 의원과 새누리당 의원들이 도민 인권 보호를 위해 주도적으로 발의해 제정했다.
하지만 한국당 24명과 국민의당 소속 1명 등 충남도의원 25명은 지난달 15일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옹호·조장하고 도민 갈등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전국 최초로 인권조례 폐지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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