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400만 달러 규모 ICO 2분 만에 완료…새 먹잇감 부상
전문가 "ICO 성공확률 낮아…기술 꼼꼼히 분석한 뒤 참여해야"
(서울=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대표적인 가상화폐(암호화폐) 비트코인이 한달여 만에 최고점 대비 70% 가까이 폭락하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투자자들은 당분간 반등은 기대할 수 없다며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ICO(가상화폐공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직장인 A씨는 경쟁력 있는 코인 ICO에 참여하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를 뒤지며 '발품'을 팔고 있다.
A씨는 "비트코인 이후 현재 잘 알려진 이더리움 등 알트코인도 대부분 ICO를 거쳐 초기 투자자를 모집해 연구, 개발된 것들"이라며 "경쟁력 있는 기술을 지닌 ICO 토큰이 만약 거래소에 상장되면 가치가 수백배로 오르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작년 말 한 ICO에 참여해 50만원 어치 토큰을 받았는데 이게 최근 외국의 한 거래소에 상장해 한때 1억5천만원까지 올랐다"라며 "하지만 파는 시점을 맞추지 못해 3배가량 수익을 얻는 데 그쳤다"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투자자 B씨도 가상화폐 차익보단 알짜배기 ICO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B씨는 "전자 상거래 기업간 투명한 거래를 위한 블록체인, 예술가의 저작권 보호를 위한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합한 가상토큰이 개발되고 있다"라며 "다양한 ICO에 참여한 뒤 이 중 1개만 거래소에 상장되더라도 대박이 날 거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상당수 ICO가 거래소 상장도 못 해보고 사라지기 때문에 소액을 여러 곳에 투자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ICO는 개발자가 가상토큰을 발행해주고 투자자들로부터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받는 것이다.
해당 토큰이 향후 거래소에 상장되면 다른 가상화폐나 현금 등으로 교환할 수 있다.
ICO에 참여하면 상장 전 저가에 토큰을 살 수 있고, 본 판매 전 실시하는 프리세일에 참여할 경우엔 보너스로 10∼30%의 토큰을 더 받을 수도 있다.
테더 코인을 활용한 비트코인 가격 조작설, 국제사회의 규제 강화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 주요 가상화폐의 시세가 연일 최저가 기록을 갈아 치우면서 투자자들이 ICO 투자로 방향 전환을 모색하는 양상이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 1일 오후 7시 한 의료 공공장부 관련 코인은 초기 개발비 2천400만 달러를 모집하기 위한 ICO를 진행했다.
ICO 시작 직후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국내외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업체는 가상화폐를 받기 전 ICO 참여자에 대한 개인정보를 요구한 뒤 인증을 거친 지원자에게만 가상화폐를 보낼 전자지갑 주소를 알려줬다.
대다수의 지원자가 개인정보 인증조차 받지 못한 채 ICO는 마감됐다.
몇 시간 뒤 해당 개발업체에서 보내온 이메일에는 "2천400만 달러 규모의 토큰 세일이 성공적으로 마감됐다. ICO 시작 2분 만에 4만5천명의 개인정보 지원서가 도착했고, 이 중 1천773명을 인증해 전자지갑 주소를 보냈다"라고 밝혔다.
ICO가 비트코인보다 전송 속도가 빠른 이더리움을 많이 이용하다 보니, 최근 폭락 장에서도 ICO 활용가치로 인해 비트코인보다는 이더리움의 낙폭이 작았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 투자자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대박을 노리고 ICO에 참여하다 보니 묻지마식 투자의 폐해에 더해 사기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텍사스의 '어라이즈뱅크'가 진행한 ICO가 SEC에 등록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투자자들에게 은행 매입이나 비자카드 제휴 등과 같은 허위 사실을 알린 점을 고려해 ICO 모집자금 6억 달러를 동결 조치하기도 했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이사는 "ICO가 성공할 확률은 상당히 낮다"라며 "발전 가능성 있는 기술력을 지닌 ICO에 참여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볼 수 있으나 어떤 기술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묻지마식으로 투자하는 것은 곤란하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마운트곡스 사태 직후인 2014년 이더리움도 ICO를 거쳐 지금까지 왔다"라며 "ICO는 관련 백서부터 토큰 알고리즘, 향후 발행 계획 등이 공개된 만큼 이를 꼼꼼히 살펴본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라고 강조했다.
goal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