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미국서도 비판받는 백악관 '코피 전략' 재검토하기를

입력 2018-02-02 18:37  

[연합시론] 미국서도 비판받는 백악관 '코피 전략' 재검토하기를

(서울=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북한에 제한적 선제타격을 가하는 '코피 터트리기'(bloody nose attack) 전략을 심각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역 장성인 허버트 맥매스터 보좌관이 이끄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주도의 이 전략은 전면전을 일으키지 않고 핵과 미사일 시설 등을 코피 터트리듯이 선별해 타격함으로써 북한에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주겠다는 구상이다. 실행에 옮겼을 때 북한의 반격을 불러 한반도에서 초래될 전쟁의 참화를 과연 제대로 따져본 것인지 의심스럽다.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수백만 명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무모한 도박"이라고 척 헤이글 전 미 국방장관이 비판했을 정도다. 무엇보다 동맹국인 한국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긴장 완화를 위한 '평화의 축제'로 승화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돕지는 못할망정 제동을 거는 것 같아 거북하다. 미국에서도 많은 전문가가 비판하는 코피 전략을 재검토하기 바란다.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의 낙마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우리 정부의 아그레망(주재국 동의)까지 받았던 인사가 낙마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의 낙마 사실이 공개된 지 사흘이 지난 2일에서야 미국 정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대북정책, 특히 군사옵션과 관련한 정책적 충돌이 그 배경이 아니라 "다른 여러 요인이 있다"고 전해왔다.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어쨌든 그의 낙마를 계기로 유사시 한국 내 미국민 후송대책을 포함한 제한적 군사작전을 백악관이 진지하게 검토 중인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대북 대화를 모색하는 국무부가 차 내정자의 낙마 사실을 몰랐을 정도로 백악관이 현 상황을 철저히 주도하는 정황도 확인됐다. 대북 강경론자인 차 내정자를 내칠 만큼 백악관 분위기는 초강경인 듯하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외교 해법에도 무게를 싣고자 애쓰고 있으나 힘이 부친다는 얘기도 들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코피 전략 등 대북 옵션들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로 대외적 혼선을 정리해주길 촉구한다.

차 내정자의 낙마 사실은 우리 정부도 미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뒤늦게 알게 됐다. 파트너 부서인 미 국무부도 배제됐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1일 미국은 외교채널을 통해 우리 측에 양해를 구했으나, 미국이 외교적 결례를 범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국내 일각에선 새해 들어 남북대화의 속도를 높이는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풀이하기도 한다. 한미 두 정부 간에 이상 신호가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에 청와대-백악관 라인이 가동됐더라면 모양새가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한미 관계에 무슨 큰일이나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정부는 코피 전략을 비롯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다시 확실히 알아보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이나 방법, 시기 등을 놓고 이견이 있다면 철저히 조율해 나가야 할 것이다. 동맹관계는 어느 한쪽의 노력으로만 유지되지 않는다. 미국도 배려해야 한다.

트럼프 백악관이 실제로 제한적 군사작전에 돌입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를 고려하면 그 확률은 더 높아졌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북한은 미국의 움직임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최근 북한도 미국이 실제로 단독 군사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하는 듯하다. 이틀 전 뜬금없이 리용호 외무상이 유엔 사무총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미국의 핵전쟁 도발 책동을 막아달라'고 공식 요청을 한데서 그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북한으로서도 시간은 많지 않다. 평창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을 포함해 길어야 50일 정도다. 그 기간에 남북대화 등을 통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북미 대화의 장에 나서는 전향적 결단이 없다면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재개를 시작으로 한반도 긴장은 다시 급속도로 고조될 것이다. 북한이 진정성을 보여주는 첫걸음은 평창 올림픽 개막 전날에 진행할 북한의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을 축소해서 치르는 것이 될 수 있다. 꼭 1주일 후 올림픽이 개막된다. 평화 올림픽의 성공을 위협하는 긴장 고조 행위를 다들 자제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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