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최저임금 인상에 '허덕'…해외이전·사업중단도 검토
노동자, 급여 상승효과 '환영'…취업 취약계층 고용불안은 커져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올해 최저임금이 예년보다 큰 폭으로 인상되면서 중소기업들이 갑자기 늘어난 인건비 부담에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반면 최저임금 수준을 받던 노동자들은 급여 인상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번 달부터 1월 급여가 본격적으로 지급되면 현장 체감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놓고 노사 양측이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대구 달서구에서 타올 제조업체 '선경타월'을 운영하는 장희규 대표는 "경기가 안 좋은데 최저임금은 인상되고 다른 물가도 오르다 보니 기업 하는 사람들 상황이 말이 아니다"라고 4일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직원들만이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직원 50여명 중에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사람은 20여명인데 이 사람들만 급여를 올려줄 수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 폭이 16.4%라면 나머지 사람도 10% 이상은 올려줘야 형평성에 맞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건비에 원자재 가격까지 오르면서 제품 가격을 인상해야 하지만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업체는 인건비를 줄이고자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거나 공장 해외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충남 보령에서 케이블 제조업체 '두원전선'을 운영하는 김상복 대표는 "이렇게 인건비가 오르고 앞으로 근로시간까지 단축되면 기업들은 (해외로) 나가라는 이야기"라며 "나는 그럴 의욕도 없고 나이가 있어서 너무 어려워지면 사업을 접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경영주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마련한 일자리안정자금도 상당수 업체가 신청을 꺼리고 있다. '근로자 1인당 월보수액 190만원 미만', '고용보험 가입' 등 까다로운 전제조건을 충족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고용보험 가입의 경우 한번 가입하면 보험료는 계속 발생하는데,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은 최대 1년이어서 실익이 없다고 보는 업체가 많다.
경남 진주에서 직원 3명을 고용해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신모(55·여) 사장은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지원은 한시적일 뿐인데 보험료는 계속 내야 하니 결국 제살깎아먹기"라고 말했다.
급여 인상 혜택을 보는 노동자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작년 6천470원에서 올해 7천530원으로 늘어나면서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을 받던 노동자는 월 급여(월 임금산정시간 209시간 기준)가 20만원 이상 오르는 셈이다.
국회에서 13년째 청소 노동을 하는 김영숙 국회환경미화노동조합 위원장은 "국회에 직접 고용되면서 경조사비, 복지 포인트 등 처우가 많이 좋아졌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본급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국회 청소노동자 200여명은 원래 용역업체 소속이었다가 지난해 초 국회에 직접 고용됐다.
김 위원장은 "동종업종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람을 줄이는 곳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우리는 상황이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고용이 안정적인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보지만, 아르바이트생, 고령 노동자 등 취업 취약계층은 오히려 고용불안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파트 단지에선 경비원 해고 사례가 잇달아 나타났고, 편의점·주유소 등 일부 업체는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줄이는 움직임을 보인다. 프랜차이즈 등 외식업체는 무인계산대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 사업장에선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휴일·연장근로 시간 축소, 휴게·대기시간 연장 등의 시도를 하고 있다.
김현중 한국노총 철도사회산업노조 위원장은 "최저임금 사업장은 용역 사업장이 많은데 원청에서 예산 증액을 많이 안 해주다 보니 용역회사들이 법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하면서 최저임금 시급이 올랐어도 한 달 급여 총액은 올라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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