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극장가, 피부색 편견 꼬집는 영화들 온다

입력 2018-02-03 11:11  

2월 극장가, 피부색 편견 꼬집는 영화들 온다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 '오직 사랑뿐' '블랙 팬서'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원작의 설정과 달리 백인 배우만 캐스팅하는 '화이트 워싱' 관행은 할리우드의 오랜 논란거리다. 지난해 영국 배우 에드 스크레인이 영화 '헬보이'의 아시아계 배역에서 자진 하차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피부색에 따른 편견과 차별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만큼, 이를 조명하는 영화들도 꾸준히 제작된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이달 한국 관객을 찾는다.
8일 개봉하는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는 흑인 인권운동가들의 활동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미국 작가 제임스 볼드윈(1924∼1987)의 에세이를 토대로 했다. 그는 흑인 동성애자라는 소수자성을 바탕으로 인종차별과 동성애 문제에 관한 작품들을 남겼다. 30쪽 분량의 미완성 에세이를 할리우드 배우 사무엘 L. 잭슨의 목소리로 스크린에 옮겼다.



제임스 볼드윈은 1979년 "살해당한 친구들을 통해 미국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로 한다. 그가 말한 친구는 마틴 루서 킹(1929∼1968)과 맬컴 엑스(1925∼1965), 메드가 에버스(1925∼1963)다. 제임스 볼드윈이 기억을 떠올리는 동안, 이들은 거리집회와 TV 토론에서 열변을 토하는 모습으로 스크린에 되살아난다. 급진적 흑인해방운동을 이끈 맬컴 엑스와 비폭력 평화시위를 주장한 마틴 루서 킹의 논쟁도 생생하게 재연된다.
암살당한 인권운동가들 말고도 시선을 사로잡는 인물이 더 있다. 도로시 카운츠는 1957년 인종차별철폐 정책에 따라 백인들만 다니던 학교에 등교한 첫 흑인이었다. 백인들의 모욕과 조롱을 받으며 등교하는 열다섯 살 소녀의 표정에는 당당함과 불안감이 반씩 섞여 있다.
"나는 이렇게 선언한다. 세계는 백색이 아니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고 그럴 수도 없다." 제임스 볼드윈은 수필 속 문장들과 생전 방송 인터뷰 영상을 통해 직접 메시지를 전한다. 라울 펙 감독은 2014년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발생한 소요사태 영상을 1960년대 자료화면들과 교차해 보여주며 반세기 동안 사람들의 생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묻는다.



같은 날 개봉하는 '오직 사랑뿐'은 흑인 남자 세레체(데이비드 오예로워 분)와 백인 여자 루스(로자먼드 파이크)의 실제 사연을 담은 로맨스 영화다.
세레체와 루스는 1947년 영국의 댄스파티장에서 첫눈에 반한다. 세레체는 그러나 곧 유학생활을 끝내고 영국의 보호령인 고국 베추아날란드(현 보츠와나)로 돌아가야 한다. 세레체는 왕위계승자였고 베추아날란드는 당시 극단적 인종차별정책을 막 도입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인종간 결혼은 물론 금지됐다.
둘의 사랑은 곧 영국과 아프리카 여러 나라 사이의 외교문제로까지 비화한다. 루스는 "흑인과 결혼하면 가족까지 손가락질당한다"고 말하는 가족과 의절한다. 두 사람은 세상 모두가 반대하는 결혼식을 올리고 세레체의 고국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의 왕위계승 문제는 법정다툼으로까지 비화한다. 영국 정부에 의해 베추아날란드에서 영구 추방된 세레체는 그곳에 남은 루스와 생이별을 한다.



둘은 온갖 편견과 장애물을 오로지 사랑의 힘으로 이겨낸다. 영화는 인종차별과 제국주의에 동시에 맞서는 그 과정의 고통을 묵직하게 그린다. 세레체는 결국 왕정을 민주공화정으로 전환하며 고국을 근대화의 길로 이끌고 아내와의 사랑도 지킨다.
'셀마'(2014)에서 마틴 루서 킹의 거리행진을 재현한 데이비드 오예로워는 '007' 시리즈의 소설 오디오북에서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제임스 본드 역을 맡기도 했다.
14일 개봉하는 '블랙 팬서'는 미국의 주류 영화계에서 흑인 배우와 제작진의 파워를 가늠해볼 수 있는 영화다.



블랙 팬서 역의 채드윅 보스만을 비롯해 마이클 B. 조던(에릭 킬몽거), 루피타 뇽(나키아), 다나이 구리라(오코예) 등 출연진 대부분이 흑인이고, 연출을 맡은 라이언 쿠글러 감독도 마찬가지다. 흑인 히어로가 단독 주연을 맡은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는 '블랙 팬서'가 처음이다. '블랙 팬서'가 1960년대 강경투쟁 노선을 내건 급진적 흑인운동단체의 이름이라는 점도 상징적이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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