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룹 섬 비행장 민·군 공용 전환"…열도 반환 추진 일본 반발 예상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남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무장을 한층 강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일(현지시간) 러시아 정부의 법률 정보 공식 포털사이트에 따르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는 지난달 30일 자 정부령으로 남쿠릴열도 4개섬 가운데 하나인 이투룹(일본명 에토로후)의 민간 비행장을 민간·군 공용 비행장 목록에 포함시켰다.
국방부가 이투룹 비행장에 공군기들을 배치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이투룹 비행장은 지난 2014년에 건설됐으며 지난해 3월 정부령에 따라 극동 사할린주 관할로 귀속됐다.
러시아와 일본은 지난해 여름 일본에서 이투룹 섬으로 전세기를 운항하기로 합의했으며 같은 해 9월 말 첫 전세기 운항이 성사됐다. 양국은 같은 노선에 정기 항로를 개설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정부가 이투룹 비행장을 민간·군 공용 비행장으로 승인함으로써 남쿠릴열도 4개 섬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일본의 반발이 예상된다.
현재 쿠릴열도 이투룹에는 러시아군 동부군관구에 속한 제18 기관총·포병 사단이 배치돼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 2016년 11월 열도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르) 섬과 이투룹 섬에 각각 최신 해안 방어 미사일 '발'과 '바스티온'을 배치하고 총 3천500여 명의 병력도 파견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 쿠릴열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릴열도 무장 강화 조치는 러시아가 실효 지배중인 열도에 대한 영유권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열도 반환을 추진하는 일본과의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와 일본은 홋카이도(北海道) 서북쪽의 쿠릴열도 가운데 남쪽에 있는 이투룹,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 등 4개 섬의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분쟁을 겪고 있다.
일본은 1855년 제정 러시아와 체결한 통상 및 국경에 관한 양자조약을 근거로 쿠릴 4개 섬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열도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전승국과 패전국간 배상 문제를 규정한 국제법적 합의(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등)에 따라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귀속됐다고 맞서고 있다.
일본은 러시아와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전제 조건으로 남쿠릴 4개 섬 반환을 요구하며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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