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승인에 FBI 수사편향 비판 '누네스 메모' 공개 파장(종합2보)

입력 2018-02-03 04:04  

트럼프 승인에 FBI 수사편향 비판 '누네스 메모' 공개 파장(종합2보)
트럼프 '러시아 스캔들' 특검수사 무력화 시도…민주 "공화, '사법 방해' 공범" 반발
트럼프, 문건 내용에 "수치스럽다"…공화 일부도 반발, 후폭풍 예고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하원은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을 둘러싼 연방수사국(FBI)의 수사 편향성을 비판하는 이른바 '누네스 메모'를 공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전 이 문건의 공개를 승인해 다시 의회로 보낸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통해 FBI의 수사자료를 근거로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며 자신의 목을 죄어온 로버트 뮬러 특검을 흔든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정점을 향해 치달아온 특검수사가 전혀 다른 국면을 맞게 될지도 주목된다.
이 메모는 공화당 소속 데빈 누네스(캘리포니아) 하원 정보위원장의 이름을 딴 4쪽짜리 문건으로 하원 정보위는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 공화당 주도로 FBI의 수사 편향성을 비판하는 이 메모 공개를 표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메모는 FBI와 법무부가 해외정보감시법(FISA)에 따라 트럼프 캠프의 외교 고문을 맡았던 카터 페이지에 대한 감시 영장을 신청하면서 힐러리 클린턴 대선후보 측이 자금을 댄 영국 첩보원 크리스토퍼 스틸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나온 정보의 일부를 사용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보고서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3년 모스크바 미스 유니버스 대회 당시 호텔로 매춘부를 불러 난잡한 음란파티를 벌였으며 러시아 정보당국이 이를 트럼프에 대한 협박용으로 녹화한 내용 등이 담겼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메모에는 또 FBI와 법무부 내 반(反) 트럼프 정서를 보여주는 기밀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스틸이 법무부 관리에게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에 필사적이다. 그가 대통령이 당선되지 못하도록 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진술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클린턴 측이 사주한 엉터리 자료를 근거로 FBI의 내통 의혹 수사가 진행됐고 그게 지금의 특검수사로 이어지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인 셈으로, 그동안 문건 공개에 대해 FBI가 공개 반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FBI 간에 정면충돌 양상이 빚어져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건 공개 승인 직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건은 기밀 해제됐다"고 말한 뒤 문건 내용에 대해 "끔찍하다.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 수치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사람이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누네스 위원장도 성명을 통해 "이 메모는 특검수사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조사가 정점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이를 물타기 하며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어 정치권 내에서도 논란이 격화될 전망이다.
하원 법사위 민주당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해당 메모 내용이 왜곡돼 있다"고 주장한 뒤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법무부와 FBI의 신뢰성에 상처를 내며 외부의 적(러시아)이 대선에 개입하려는 사실을 묻으려 하고 있다"며"특검의 수사를 방해하려는 사법 방해 노력의 공범자들"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FBI 직원 연합도 성명을 통해 "FBI의 구성원들은 이 나라와 헌법에 대한 헌신을 바탕으로 테러리스트들 및 범죄자들과 싸움을 벌이느라 매일 사선에 놓여있다"며 "당파적 정쟁이 우리의 숭고한 헌신을 훼손하는 일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내에서도 후폭풍이 감지됐다.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국민이 선출해준 대통령과 의원들은 구부러진 렌즈로 특검수사를 바라봐선 안 된다"며 "FBI와 법무부에 대한 공격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좋은 일만 해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을 임명하고 백악관과 사전 상의 없이 특검수사를 전격 결정한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에 대해 경질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져 그의 거취도 주목된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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