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터키의협, 테러범 애호가·제국주의 노예" 맹비난…
EU "법치·사법독립 흔드는 걱정스런 사건"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군의 시리아 쿠르드 공격에 비판성 성명을 낸 터키 의사단체 임원진과 이를 지지한 회원들이 구금됐다.
터키의사협회(TTB)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2일 오후(현지시간) 현재까지 라시트 튀켈 회장을 비롯한 터키의협 집행부 11명 등 24명이 당국에 연행됐다.
집행부 11명은 '전쟁 반대' 성명을 내고 엿새 후 구금됐으며, 이 성명을 지지한 13명이 2일 추가로 당국에 끌려갔다.
터키의협은 지난달 24일 발표한 성명에서 "전쟁은 인간이 만든 공중보건 사태"라고 규정하며, "전쟁 반대, 즉시 평화"를 촉구했다.
터키의협은 어떤 전쟁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지칭하지는 않았으나, 시리아 쿠르드를 겨냥한 터키군의 아프린 작전을 비판하는 성명으로 받아들여졌다.
터키는 지난달 20일 시리아 북서부 쿠르드 지역 아프린에서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몰아내는 군사작전에 돌입했다.
터키의협의 성명 발표 이틀 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소위 의협은 (중략) 테러범 애호가들"이라고 비난했다.
터키검찰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비난 후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8일에도 "그들은 지식인이 아니라 생각이 없는 노예 무리, 제국주의의 종"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터키 보건부는 터키의협 집행부 11명의 직무를 정지해 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집행부가 구금된 30일 앙카라에 있는 터키의협 본부 앞에서는 터키의협의 성명을 지지하는 시위대 약 50명이 경찰과 충돌했다.
2일 연행된 13명 가운데 의사 3명은 조건부로 일단 풀려났다.
터키의협은 터키 최대 의사단체로, 터키 의사의 80%에 해당하는 8만3천명이 가입돼 있다.
터키정부는 아프린 군사작전에 관한 비판에 강력히 대처하고 있다.
터키 내무부는 지난달 29일까지 아프린 작전과 관련, '테러 선전'을 유포한 혐의로 체포된 인원이 311명이라고 공개했다.
2일 풀려난 터키의협 회원 시난 아드야만 교수는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에서 "우리는 의사로서 직무를 수행한 것이며, 이후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우리는 언제나 전쟁이 아니라 생명의 편에 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국제사회는 터키의협 임원·회원 체포에 우려를 나타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고위대표와 요하네스 한 EU 확대담당 집행위원은 "터키의협 구금은 법치, 사법 독립과 중립성을 흔드는 염려스러운 사건"이라면서 "법치와 자유의 굳건하고 지속적인 발전이 터키·EU 관계의 미래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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