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이 핵무기 사용하고도 생존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
"러' 핵위협 시 끔찍한 대가 치를 것" 대러 강경 입장…소형·저강도 핵무기 개발
오바마 정부 시절의 군축 기조와 결별…'핵전력 삼위일체' 현대화는 계승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국방부는 2일(현지시간) 북한을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해 '정권의 종말'까지 언급하는 초강경 대응 입장을 밝힌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를 발표했다.
8년 만에 나온 74쪽 분량의 이번 보고서는 북한과 이란, 중국에 대한 우려를 강조하면서도 전반적으로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한 강경한 대처 입장을 표명한 게 특징이다.
보고서는 북한에 대해 "미국과 그 동맹들에 대한 명백하고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미국과 동맹에 대한 북한의 어떤 공격도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또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고도 생존할 수 있는 어떠한 시나리오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이와 함께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과 우리 동맹들에 대한 핵 위협은 러시아가 열강 경쟁으로 복귀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가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핵 공격을 위협한다면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도 서문에서 "이 보고서는 러시아의 능력 확대 및 전략에 대한 대응 차원도 깔렸다"고 말했다.
보고서에는 러시아의 무기 개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해상 기반의 새로운 종류의 핵무기 개발도 추진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 가지는 전략잠수함에 장착된 장거리 탄도미사일 '트라이던트'를 변형하는 방식이며, 다른 하나는 지난 2010년 무기체계에서 배제된 핵 탑재 해상발사 순항미사일을 다시 도입해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다.
매티스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들 두 가지가 러시아 억지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핵무기 사용에 대해 거론해온 나라들을 억지시키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저강도 원자폭탄 및 소형 핵무기 개발 추진 등 핵무기 체제 개편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 역시 미국이 저강도 폭탄을 사용하는 나라들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러시아 등의 판단에 대한 맞불 차원이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보고서는 미국 핵전력의 '삼위일체'로 불리는 육지의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바다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하늘의 전략 폭격기 등 핵무기 현대화와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 핵탄두 보유량을 각각 1천550개로 제한한 전략무기 감축 협정 유지를 포함, 전임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핵무기 정책의 상당 부분을 계승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방위 정책에 있어 핵무기 통제와 핵 군축을 강조한 오바마 정부 정책과는 크게 차별화되는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 의회 예산국에 따르면 이들 핵무기 현대화 관련 개발과 구매, 장기적 지원 등에 2046년까지 총 1조2천억 달러(약 1천303조8천억 원)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새 핵 태세 검토 보고서는 전략 핵무기 예산의 순증을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미국의 인프라 시설을 노린 대규모 사이버 공격도 핵 대응을 정당화할 수 있는 공격 범위에 포함한다는 초안의 내용도 최종본에는 명시되지 않았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핵 태세 검토 보고서는 미국 핵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보고서로, 8년마다 발간된다. 지금까지 1994년 클린턴 행정부, 2002년 부시 행정부, 2010년 오바마 행정부 등 모두 3번 발간됐다.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향후 5∼10년의 핵 정책과 관련 예산 편성이 결정된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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