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남미 순방길에 오르며 중국의 남미 진출을 겨냥해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신제국주의 열강'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중국 관영 매체가 미국이야말로 남미를 독점하려는 '신(新)먼로주의'라고 비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3일 사평(社評)에서 "틸러슨 장관은 중국이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페루의 최대 무역국가라는 점을 거론하며 중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이들 국가의 주권을 약탈하려 한다고 지적했다"면서 "중국 국민은 (미국이) 자국에 '신제국주의 열강' 딱지를 붙이는 데 대해 매우 의아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미국이 남미 국가의 발전을 돕지 않으면서 중국과의 활발한 경제 교류에 반대하는 것은 먼로주의(미국 외의 외부세력이 미주 대륙에 간섭하거나 식민지 건설을 반대하는 고립주의 외교방침)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중국은 남미에 군사 기지를 설치하지도 않았으며, 파병한 적도 없다"며 "중국은 남미 국가와 사업을 할 뿐이고, 대부분의 경제협력은 모두 남미를 지원하는 것이다"고 역설했다.
신문은 이어 "중국은 남미와 평등하고 상호 이익의 기초 위에 존중을 바탕으로 교류하고 있다"며 "중국을 신제국주의 열강이라고 지칭한 데 대해 남미 국가들은 코웃음을 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야말로 2차 세계 대전 이후 남미에 대한 투자를 점차 줄이고 있고, 남미를 미국의 뒤뜰 정도로 여긴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서도 남미 국가들은 가장 낮은 지위로 여기는가 하면, 아이티와 엘살바도르를 '거지국가'로 지칭하기도 했다"고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또 틸러슨 장관의 이번 남미 순방을 겨냥해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은 2013년 이후 세 차례나 남미를 순방했지만, 틸러슨 장관은 부임 1년 만에 첫 남미 순방에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남미를 방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틸러슨 장관은 지난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페루, 멕시코, 콜롬비아, 자메이카 등 남미 5개국 순방길에 오르기 전 텍사스 대학에서 한 강연을 통해 "남미는 자국민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새로운 제국 열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중국의 국가주도 발전 모델은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이것이 남미의 미래여선 안된다"고 중국을 향해 강한 견제구를 날렸다.
chin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