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유치 실패' 발표 때 울던 평창 부군수…'자봉'으로 돌아왔다

입력 2018-02-03 10:42  

[올림픽] '유치 실패' 발표 때 울던 평창 부군수…'자봉'으로 돌아왔다
학자·공무원·CEO 출신 등 뜨거운 노익장 과시하는 자원봉사자들

(평창=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2018 평창올림픽에서는 사회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백전노장들도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묵묵히 담당 업무에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권순철(69)씨는 강릉 미디어촌 자원봉사자다. 각국에서 날아온 취재진의 방송·취재 장비를 미디어촌으로 옮겨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권씨는 전직 공무원이다. 그것도 평창군에서 40여년이나 근무하며 부군수까지 지냈다. '현역' 시절엔 국내뿐 아니라 세계 곳곳을 직접 발로 뛰며 평창올림픽 유치에 힘을 보탰다.


권씨는 "평창올림픽 유치 마무리는 못 하고 퇴직했지만, 직접 유치에 힘을 보탠 평창올림픽에서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각오로 자원봉사에 지원했다"며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대한 긍지를 갖고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솔직히 평창에 아는 사람도 많고 나이도 좀 있는데 보초나 서면서 지인을 마주치게 될까 봐 걱정하기는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권씨는 공무원 재직 시절 평창올림픽 유치전에 사활을 걸었지만 캐나다 밴쿠버, 러시아 소치에 차례로 유치권을 빼앗기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결국 퇴직 후에야 평창 유치 확정 소식을 들었다.

2007년 부군수 재직 당시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소치를 2014년 올림픽 개최지로 발표하자 그가 크게 낙심하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돼 국민의 코끝을 찡하게 했다.
권씨는 "그때 당연히 평창이 될 줄 알고 유치 성공 발표문을 준비하고 평창군민 1만 명을 모았는데 져서…"라며 "그때 정년을 앞두고 있어서 전 군민에게 울면서 작별인사를 한 기억이 난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그는 "내가 대한민국 올림픽 유치에 힘썼다는 생각에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의미가 각별하다"며 "지금은 현직이 아니지만 내가 대한민국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열심히 뛰었다는 긍지를 갖고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팔순을 앞둔 김치경(79)씨는 국제환경생물학회 한국대표위원, 국제미생물생태학회 운영위원, 충북대 명예교수 등을 지낸 학자다.
그는 이번 대회 개·폐회식이 열리는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선수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다.
김씨는 "생명공학을 오래 연구했는데, 그 재주를 평창에서 활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오랜 유학생활, 해외 학회 발표 등으로 영어는 제법 할 수 있는데 봉사 활동하면서 영어도 별로 쓸 일이 없다"고 웃었다.
그는 "내 나이 팔순이지만 테니스, 골프 등으로 건강에 자신이 있다"며 "내 고향 강릉에서 열리는 국가 행사에서 튼튼한 몸으로 힘을 보태고 싶어서 자원봉사에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무지에서 숙소까지 매일 편도 1시간 15분씩 출퇴근해야 하고 퇴근 후면 자정이어서 사실 조금 피곤이 쌓이고는 있다"며 "불만이 쌓인 젊은이들도 많다고 하지만 자원해서 봉사하러 왔으니 이 정도는 감수하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대표팀의 평창 적응을 돕고 있는 강영철(62)씨의 경력도 화려하다. 강씨는 지난 정부 때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을 지냈다. 그 전에는 풀무원 글로벌사업당당 사장이었고, 그 전에는 매일경제에서 20년 간 기자로 일했다.
그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취재하면서 올림픽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알게 됐다"며 "30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에 힘을 보태고 싶어서 자원봉사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강씨는 "식사나 숙소도 불편한 점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자원봉사가 호텔로 휴가 가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많은 인원이 한 도시에 머물다 보니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조금 인내심을 자고 업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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