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백팩이 떨어졌는데 총탄이 발사됐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서 가까운 웨스트 레이크 지역 살바도르 카스트로 중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이 하루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미스터리다.
경찰은 일단 오발 사고로 보고 있지만 미심쩍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LA 경찰국 대변인 조시 루벤스타인은 2일 CBS 방송에 "소녀가 백팩에 넣어둔 총이 어디서 난 것인지, 왜 등록된 총기류가 아닌지, 학교에는 어떻게 숨겨 들어왔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사건은 처음에는 12세 여학생이 또래 학생들을 겨냥해 고의적인 총격을 가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경찰이 총격 용의자를 연행해 한동안 조사한 뒤 "고의성이 없었다"고 정정했다.
사건을 요약하면 정규수업 시작 전에 여러 학년 학생들이 모여서 듣는 특별수업에 와 있던 12세 여학생의 백팩에서 갑자기 총탄이 발사됐다.
백팩에는 등록되지 않은 반자동 총기류가 들어 있었다.
장전된 총이 어떤 충격에 의해 발사됐다는 것인데, 총알은 가까이 있던 15세 여학생의 손목을 스친 뒤 15세 남학생의 머리에 맞았다.
USC(서던캘리포니아대학) 메디컬센터는 머리에 총을 맞은 남학생이 운 좋게도 총탄이 뇌 신경을 비켜간 덕분에 생명을 건졌다고 말했다.
총격 용의자의 12세 급우인 조던 발렌수엘라는 AP통신에 "그녀가 울고 있었다. 자기 백팩에 총이 있었는데 장전돼 있는 줄 몰랐다고 하더라. 백팩이 떨어졌는데 총탄이 발사됐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조던은 용의자의 백팩에 구멍이 난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조던은 총탄이 발사된 뒤 총에 맞은 두 학생에게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는 무서워서 도망쳤다고 한다.
그 직후 학교는 아수라장이 됐다. 아이들이 도망치고 부모들은 교문 밖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그리고는 경찰차 수십 대가 달려왔다.
미 연방기관인 주류·담배·화기류 단속국(ATF)에 따르면 대부분의 오발 사고는 실제로 총기를 다루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총을 장전하든지, 총 쏘려는 동작을 취한다든지 하다가 일어나는 사고가 대부분이다.
이번처럼 가방에 넣어둔 총이 충격에 의해 발사된 경우는 매우 드물다.
ATF의 전직 요원인 피트 가그리아디는 "이런 사건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CBS 방송은 유사 사건이 2011년 1월 LA 남부 가데나에서 발생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17세 소년의 백팩에서 총탄이 발사돼 두 명이 다친 사건이다.
당시 소년은 학교 근처에 총을 가지고 온 혐의로 기소됐다.
아울러 이번 사건으로 미국 내 학교의 총기류 검색 시스템에 큰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A 지역 통합교육구 관내 학교는 무작위로 금속탐지기에 의한 총기 검색을 실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제대로 지키는 학교는 1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지적됐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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