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은 동병상련"…'사드 해빙' 경제장관회의로 가속도

입력 2018-02-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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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은 동병상련"…'사드 해빙' 경제장관회의로 가속도
1년 9개월 만에 만난 한중 경제수장…기대 밖 中환대에 화기애애
"상호진출기업 여건 개선은 최선의 답"…'실익 따진 전략' 분석도

(베이징=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1년 9개월 만에 재개된 한중 경제장관회의에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의 위기감은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중국 측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수석 대표로 한 우리 측에 방중 기간 최고급 의전시설인 댜오위타이(조어대·釣魚台)를 숙소로 내줬다.
2일 회의는 중국의 경제수석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발개위) 안에서 열렸다.
발개위는 거시·실물 경제를 총괄하는 중국의 컨트롤타워지만 재정부·인민은행 등과 달리 대외 업무를 거의 하지 않아 중국에서도 특히 접촉이 쉽지 않은 부처다.
이전 중국서 열린 한중 경제장관회의에서 베이징 내 고급 호텔 중 한 곳을 숙소로 하고 회의도 호텔에서 열렸던 점에 비춰보면 '급'이 한 계단 상승한 셈이다.
중국 측은 김 부총리에 무려 16명의 경호 인력을 제공했다. 김 부총리를 태운 차가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할 때에는 베이징 시내 도로가 일부 통제되기도 했다.



중국 발개위 직원 대상 김 부총리 강연과 이에 관한 현지 언론의 긍정적인 반응도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김 부총리의 강연은 한국 부총리로서 첫 강연이었고, 외국인으로서는 2012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었다.
중국 관영언론인 중국개혁신문은 지난 3일 강연자로 나선 김 부총리를 "점잖고 기품있는 모습"으로 묘사하며 그의 강연이 현장 관객으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고 치켜세웠다.
2016년 사드 갈등 이후 중국이 우리 실무진의 연락 시도에 '불통'으로 일관했던 것에 비춰보면 그야말로 180도 태도가 바뀐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런 변화들은 회의 결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양국 관계개선의 중요한 시그널"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측의 변화만큼 의미 있는 회의 성과들도 나왔다.
우리 측은 롯데마트 매각 난항 등 우리 기업의 경영 애로 해결을 요청했고, 양측은 서로 국가에 진출한 기업의 여건을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김 부총리는 "중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들이 합리적인 기대 이익을 보장 받아야 한다"며 "직접적으로 사드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투자에 꼭 필요하다고 중국 측에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고위 외교 소식통은 "차 배터리 보조금, 롯데 문제 등 사드 보복에 중국은 그렇게 조치한 바 없다는 입장"이라며 "이런 점에 비춰보면 상호진출기업 여건 개선 합의는 중국 측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8개 부처도 이번 회의에 함께 참여해 부처별 협의 채널이 복원된 점도 성과로 꼽힌다. 앞으로 중국과 모든 경제 이슈를 다룰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사드 갈등 이후 중단됐던 삼성과 발개위 간 MOU(양해각서)는 중국 발개위 요청으로 삼성의 중국 투자 확대, 표준제정·산학협력, 인적교류 확대 등의 내용을 담아 다시 체결됐다.



지난해 12월 한중 정상회담 이후 가장 먼저 경제 분야에서 중국 측이 전향적인 변화를 보이는 것은 자국의 실리를 고려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화권 국가를 제외하면 한국은 중국에 가장 많은 직접투자(FDI)를 하는 국가이며, 중국은 지금도 더 많은 투자를 요청하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노골적인 보호 무역주의 기조, 환율정책 등이 한중 간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더 높였다는 분석도 있다.
회의 과정에 참석한 한 정부 관계자는 "보호 무역주의 얘기를 할 때 양측은 '서로 사정이 똑같다', '동병상련' 등의 표현을 쓰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만 동북아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한국 경제를 압박했던 '사드 보복'과 유사한 제재는 불씨처럼 남아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번 관계 복원을 계기로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는 핫라인 체제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 한 관계자는 "중국 경제 보복은 사드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군사 안보 문제로 봐야 한다"며 "지정학적인 안보 불안 요인을 잘 관리해 갈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문제 해결이 본격화한만큼 글로벌 경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 수립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현지 한 외교소식통은 "사드 문제가 불거진 뒤 모든 문제를 사드로 돌리는 경향이 일부 있었다"며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휴대전화가 중국에서 고전하는 것은 사드보다는 가성비 영향도 크다"고 지적했다.
김 부총리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생각보다 좋은 마음으로 회담을 마쳤다는 것이 전반적인 저의 소회"라며 "빨리 많은 것들이 해결되기를 바라지만 차근차근 가시적인 성과를 내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o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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