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북한의 전격적인 참가 결정을 계기로 국내외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 평창 올림픽의 흥행 가능성도 커졌다. 그러나 북한의 체제 선전과 평화공세에 이용되고 있다는 보수세력의 반발도 거세,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에 이바지하는 '평화 올림픽'의 앞날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주변 여건도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북한은 개막식 전날인 오는 8일 건군절 70주년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예고해 진정으로 평창 올림픽의 성공을 바라는지 의심을 사고 있다. 미국도 심상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대화 100% 지지'를 표명하면서 평화 올림픽 지원을 공언했지만, 물밑에선 백악관이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 등에 제한적 예방타격 작전의 실행을 진지하게 검토 중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반도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매우 예민하고 위태로운 시기다.
미국의 초강경 입장은 2일 펜타곤이 발표한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에서도 확인됐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 핵탄두 장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갖출 시점에 대해 "겨우 몇 달 남았다"고 말해 시급한 사안으로 규정했다. 특히 보고서는 북한의 핵 선제 사용 가능성을 거론한 뒤 "미국과 동맹에 대한 북한의 어떤 공격도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8년 전엔 단 4번이었던 북한 관련 언급이 51번으로 대폭 증가했다. 미국이 매우 심각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또한, 보고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최고위급 인사들의 강경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어느 축구팀도 수비만 하지 않는다"면서 필요할 때 군사옵션 실행 가능성을 내비쳤고, 평창을 방문할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는 간단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하러 간다"면서 핵을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 북한을 겨냥한 최대 압박작전을 밀어붙일 것을 다시금 분명히 했다.
평창 올림픽 개막식엔 북한의 고위급 인사와 함께 미국과 중국, 일본 등 북핵 관련국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한다. 자연스럽게 정상급 북핵 다자외교 공간이 마련되는 셈이다. 가장 중요한 일정은 8일 문재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의 만찬회동이다. '평창 이후' 대북 정책을 놓고 진지한 논의가 오갈 듯하다. 이번 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에 이어 북미 대화의 계기로 만들어 북핵 해결의 시발점으로 삼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진정성이 얼마나 공명을 일으킬지가 관건이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필요하면 제한적 예방공격까지 불사한다고 할 정도로 미국의 입장이 강경한 데다가, 남북관계 진전에 부정적인 일본도 가세하고 있어서다. 일본 언론에선 아베 신조 총리가 6일 방일하는 펜스 부통령을 먼저 만나, 3월 중순 '올림픽 폐회 직후 한미 군사훈련의 실시'를 요청해 미리 쐐기를 박는다는 보도가 나온다. 사실이라면 지나치게 참견하는 볼썽사나운 행동이다. 북한 고위급 인사의 동선도 중요하다. 자연스럽게 북미 간 조우도 가능하겠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의미 있는 만남은 어려울 듯하다.
한 치의 양보 없이 극한 대치를 이어가는 북한과 미국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조언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구테흐스 총장은 2일 뉴욕 주재 한국특파원단과 인터뷰에서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관계 개선 흐름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 어떤 긴장 고조 행위도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한다"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미 간 의미 있는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의적절한 지적이다. 특히 그는 "한반도 위기에 대한 '좋은' 군사적 해법이라는 것도 매우 비극적인 상황의 시작"이라며 제한적 대북 예방공격 옵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귀담아들을 얘기다. 북한을 겨냥해선 "이번 기회를 잡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미국의 경고를 '블러핑'으로 보지 말라는 경고이다. 이 시기를 활용해 핵·미사일 도발을 중지하고 비핵화 협상에 나서는 결단을 내릴 것을 북한에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핵 문제 해결의 향방은 결국 북한의 결정에 달렸다. '열쇠'를 들고 내려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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