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단체에 암살된 주지사 추모식 주재…코르시카지도부와 회동
자치권 확대, 과격분리주의단체 조직원 석방 요구…프랑스 '고심'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지중해에 있는 프랑스령 코르시카에서 강한 민족주의 성향의 자치정부가 새로 출범한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양측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엘리제 궁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제라르 콜롱 내무장관 등과 함께 오는 6∼7일 코르시카를 취임 후 처음으로 방문해 최근 출범한 자치정부 지도자들과 회동한다.
마크롱은 먼저 6일 아자시오에서 20년 전 암살당한 클로드 에리냑 주지사의 20주기 추모식과 에리냑 광장 명명식을 주재한다.
무장투쟁조직인 코르시카민족해방전선(FNLC)은 1976년부터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각종 테러와 암살을 벌이며 독립을 요구했다.
프랑스가 파견한 주지사였던 에리냑은 아자시오의 한 공연장에서 FNLC의 조직원 2명에게 총격을 받고 숨져 프랑스와 코르시카 민족주의세력 간의 긴장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계속되는 과격 투쟁으로 여론의 외면을 받은 FNLC는 결국 2014년 완전 무장해제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마크롱은 추모식 참석에 이어 최근 출범한 민족주의 정부의 양대 지도자인 질 시메오니 도지사와 장기 탈라모니 광역의회 의장과 회동한다. 각각 온건파와 급진파 민족주의 진영을 대변하는 이들은 작년 12월 지방선거에서 연대해 승리했다.
이들은 프랑스에 자치권 확대, 고유언어인 코르시카어에 프랑스어와 동등한 지위 보장, 무장투쟁단체인 코르시카민족해방전선(FNLC) 조직원 석방과 사면, 코르시카 주민에 대한 부동산 특별 우대 조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나같이 강력한 중앙집권 전통을 고수해온 프랑스가 들어주기 쉽지 않은 요구들이다.
민족주의 진영은 지난 3일(현지시간) 에는 수도 아자시오에서 마크롱의 방문을 앞두고 대규모 집회까지 열었다.
주최 측 추산 2만2천 명(경찰 추산 6천 명)이 모인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코르시카기를 흔들며 "코르시카 독립투쟁이여 영원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프랑스가 수감한 FNLC 조직원들의 석방을 요구했다.
시메오니 도지사는 "전례가 없는 수준의 집회였다. 오늘 여러분들이 한 이야기를 마크롱 대통령도 분명히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리독립을 주장해온 급진 민족주의 성향의 탈라모니 광역의회 의장도 "마크롱 대통령이 지금까지 보여온 무관심에서 벗어나 열린 자세로 우리와 대화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마크롱은 독립 요구가 폭발적으로 분출할 가능성이 잠재한 코르시카 문제를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에게 일임한 채 별다른 의견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필리프 총리가 코르시카의 요구에 "프랑스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며 선을 그은 가운데, 마크롱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코르시카 지도부는 분리독립 추진은 당분간 없다는 입장이지만, 양측의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으면 민족주의 감정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올 가능성이 있어 마크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고향인 코르시카는 이탈리아 반도 옆 지중해에 있는 섬으로, 14세기부터 이탈리아 해양도시국가 제노바의 지배를 받다가 18세기에 프랑스로 편입됐다.
지리·문화적으로 프랑스보다 이탈리아 쪽에 더 가깝고 고유어인 코르시카어 역시 이탈리아어와 유사성이 더 커서 민족주의 진영의 목소리가 매우 강하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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