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체제 무조건 비판·인종차별에 서구에 반감"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서구 선진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중국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현지에서 직면하는 차별과 편견에 좌절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유학하는 중국인 학생의 수는 10년 전보다 다섯 배로 늘어 35만여 명에 달한다. 중국인 유학생의 수는 미국뿐 아니라 호주,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에서도 급증했다.
이들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 중국과 같은 주입식 교육이 아닌 토론 위주의 활기찬 학교 교육 등을 꿈꾸면서 미국으로 오지만, 실제 그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은 종종 이와 다르다고 신문은 전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주립대(UCSD) 국제정치학과를 졸업한 한스하오 씨는 미국 학생들이 중국에 대해 갖는 편견이 생각보다 훨씬 심하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고 한다.
한스하오 씨는 "사람들이 정치와 민주주의에 관해 얘기할 때면 중국인 유학생은 항상 표적이 된다"면서 "그들은 티베트 문제 등을 예로 들면서 '중국인은 독재를 사랑해'라는 식으로 쉽게 단정을 내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미국도 하와이 합병, 피그만 침공, 그라나다 침공 등을 자행한 역사가 있다"면서 "이는 미국의 침략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지만 중국은 아니라는 '이중 잣대'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일부 현지인들이 중국인에 대해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반감과 인종차별에 좌절하기도 한다고 신문은 밝혔다.
미국 텍사스 대학에서는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윤리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전단이 붙기도 했으며, 뉴질랜드의 한 교사는 중국인 학생들을 '멍청이'라고 부르면서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호주 시드니 대학의 화장실에서는 나치 문양인 '스와스티카'와 함께 "중국인을 죽여라'는 낙서가 발견됐다.
이러한 좌절을 겪은 일부 중국인 유학생 사이에서는 서구사회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경향이 드러난다.
미국 퍼듀대학이 중국인 유학생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9%가 미국에 대해 반감이 커졌다고 답했다. 반면에 호감이 커졌다고 답한 응답자는 26%로 이보다 더 적었다.
미국 내 유학생 단체인 재미중국유학생연합회(CSSA)는 중국 정부와 손을 잡고 이러한 반감을 이용해 유학생 내에 중화 민족주의 정서를 고취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중국인 유학생이 현지 적응 과정에 어려움을 겪는 데는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은 채 외국인 유학생 정원을 무작정 늘린 일부 대학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내 해외 유학 열기가 폭발적으로 늘자 미국, 호주 등의 일부 대학은 등록금 수입을 늘리기 위해 유학생 정원을 크게 늘렸다. 호주의 경우 전체 대학 재학생 중 중국인 유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6%를 넘어섰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국제교육원(IIE)의 페기 블루멘탈 고문은 "대학들은 해외 유학생을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하며, 중국인 유학생들이 현지 학생들과 어울리고 지역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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