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누네스 메모' 공개 후폭풍…민주당 강력 반발(종합)

입력 2018-02-05 10:56   수정 2018-02-05 10:56

미 공화당 '누네스 메모' 공개 후폭풍…민주당 강력 반발(종합)

민주 "공화당 문건 트럼프 혐의 못벗겨…누네스-백악관 짜고치기"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영향 촉각…공화당 일부의원들 "수사는 계속돼야"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지난 미국 대선 기간 연방수사국(FBI)이 트럼프 캠프에 불리한 방향으로 편파 수사를 하고 감시 권한을 남용했다는 주장이 담긴 하원 정보위 기밀문건이 공화당 주도로 공개된 데 대해 민주당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치적 파장이 확산하면서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4일(현지시간) 공화당 소속 데빈 누네스 하원 정보위원장 주도로 작성된 정보위 메모가 대선 기간 러시아와 내통 혐의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 측에 면죄부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문건 공개 하루만인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메모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트럼프'의 혐의를 완전히 벗겨준다. 공모는 없었고 사법방해도 없었다"고 선언한 데 대한 반격인 셈이다.
딕 더빈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무혐의' 주장에 대해 "물론 그 메모는 혐의를 벗겨주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더빈 원내총무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건을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이나 로버트 뮬러 특검을 해임하는 근거로 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문건 공개를 표결로 밀어붙인 공화당 의원들을 비난했다.
그는 "하원 공화당 의원들이 대통령을 위해 이 (러시아) 수사를 끝낼 무대를 마련한 것으로 믿는다면, 그들은 한 사람이 법을 초월해 있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을 포함한 누구도 법을 초월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원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애덤 시프 의원(캘리포니아)은 이 문건 작성과 공개를 주도한 누네스 정보위원장과 백악관의 공모설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대통령직 인수위 출신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누네스 위원장과 백악관이 이 문건의 기획 단계부터 함께 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다.
시프 의원은 이날 ABC 방송에 출연, 지난해 6월 누네스가 하원 정보위 차원의 '트럼프 캠프 사찰 의혹' 조사 과정에서 백악관과의 커넥션 논란에 휘말리자 스스로 제척됐던 상황과 이번 문건 공개 과정이 유사하다고 지적하면서 "누네스의 참모들이 백악관과 함께 협력해 이 모든 조직적 활동을 조정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뉴욕)는 트럼프 대통령에 서한을 보내 공화당의 반대로 좌절됐던 민주당 측 문건의 공개를 요구했다.
하원 정보위는 지난달 30일 표결에서 누네스 위원장 주도하에 작성된 공화당 측 문건의 공개를 재적 과반을 점유한 공화당 의원들의 찬성으로 밀어붙여 의결했지만, 민주당 간사인 시프 의원 주도로 작성한 민주당 측 문건의 공개는 무산된 바 있다.

하원 정보위는 지난 2일 기밀 문건 공개의 최종 권한을 지닌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를 승인하자 곧바로 4쪽 분량의 '누네스 메모'를 공개했었다.
슈머 원내대표는 이처럼 공화당에 유리한 내용은 공개하고 이를 반박하는 민주당의 문건은 숨기는 행동 자체가 매우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한에서 "대통령이 애덤 시프 간사의 메모를 공개하도록 재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이는 양쪽의 주장을 모두 보고 각자 판단을 내리도록 국민에게 허용되는 근본적인 공정성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과 공화당 지도부는 문건에 포함된 정보의 출처와 정보 수집 방식 등을 가린다면 민주당 측 메모도 공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미국 언론은 보도했다.


공화당 일각에서도 이번 기밀문건 공개가 뮬러 특검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력을 약화시켜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트레이 가우디(사우스캐롤라이나), 크리스 스튜어트(유타), 윌 허드(텍사스), 브래드 웬스트럽(오하이오) 등 정보위 소속 공화당 의원 4명은 이 기밀 문건으로 뮬러 특검의 신빙성을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가우디 의원은 이날 CBS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 수사는 X파일 없이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간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그는 이번에 공개된 문건도 특검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튜어트 의원은 폭스 방송에 "누구라도 특검 수사를 중단하도록 하는 것은 실수"라고 했고, 허드 의원은 ABC 방송에 "뮬러 특검이 모든 곤경을 딛고, 러시아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우리가 신뢰할 수 있도록 수사를 계속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공개된 문건에는 FBI가 재작년 '트럼프 X파일'을 활용해 트럼프 캠프의 외교 고문이었던 카터 페이지에 대한 감청 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받았으며, 이 X파일은 민주당 자금으로 만들어진 허위 정보라는 주장이 담겨 있다.
X파일은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측 인사들이 러시아 정보기관과 내통했다는 정황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모스크바 방문 당시 촬영됐다는 섹스 테이프 때문에 러시아 정부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는 주장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파일 제작과 유포 과정에 클린턴 캠프와 민주당전국위원회(DNC)가 뒷돈을 댔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가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문건 작성자도 영국 전직 스파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신뢰성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FBI가 이 '엉터리 X파일'을 단서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의 내통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만큼, 수사 방향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lesl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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