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파견 北노동자 송환으로 북한 정권 실상 알리던 시장 위축돼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유엔의 대북제재가 북한 김정은 정권보다는 북한의 시장경제를 위축시키는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한 인사는 이번 제재가 '시장 발달'이라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과정을 지연시킨다며 우려를 표했다.
북한 정권은 수십년간 자국민의 식량이나 정보 접근을 차단했으나 1990년대 대기근으로 200만명 이상이 아사하자 할 수 없이 시장 활동을 용인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북한 사람들은 정권이 더는 줄 수 없는 식량을 시장을 통해 구하기 시작했으며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6년동안 이런 경향은 더욱 확산돼 인구의 절반이 시장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발달은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시장을 통해 해외에서 밀수한 해적판 영화 등이 판매되면서 북한이 '지구상 천국'이라는 정권의 선전이 거짓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경제의 발달은 현대 북한경제의 변화를 가져온 가장 큰 동력이었으나 유엔 대북제재로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안팎의 관측이다.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이 벌어오는 임금이 시장의 자금줄 역할을 했지만 대북제재에 따라 이들이 송환 조치되기 시작하면서 자금줄이 끊긴 것이 시장 위축의 한가지 원인이다.
금융 전문가로 북한을 수십차례 방문한 앤드레이 에이브러해미언 태평양포럼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제재로 산업이 영향을 받으면 일자리를 잃는 봉급자들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소비자들의 구매력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북제재가 현재까지 북한 김정은을 비핵화 협상으로 견인할 정도로 타격을 주지 못했고 오히려 저항을 다짐하며 경제 문제를 외부 탓으로 돌릴 수 있는 변명의 여지만 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제재 여파는 고위층보다 일반 국민에게 더 큰 피해를 가져다줬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국경에서 만난 한 북한 상인은 중국의 세관 감독이 강화돼 "죽음의 맛을 보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각종 구호단체의 구호활동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북한에 결핵약과 간염약 등을 지원하는 미국의 대북구호단체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CFK)은 북한에 들여오려고 한 컨테이너 2대가 중국 다롄항에 묶여 있다고 밝혔다. 대북제재 품목 중에 금속류가 포함되는데 환자들에게 지급하려 한 개인용 위생용품이 손톱깎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엔아동기금(UNICEF)도 대북제재로 식량 원조가 지연돼 북한 어린이 6만명이 중증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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