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남북한에서 인플루엔자(독감)가 유행하고 있다. 선수들은 도핑 우려로 예방접종을 꺼리는 경우가 있어 확산 우려도 제기된다.
방역 당국은 평창·강릉 선수촌 의무실에 인플루엔자 신속 진단 키트와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를 공급해 빠른 치료를 돕기로 했다.
5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8년 4주차(1월21∼27일)에 국내에서 인플루엔자 의심증상(38℃ 이상 고열·기침·목구멍 통증)을 보인 환자 수는 전체 병원 진료 환자 1천명 당 43.6명이다.
이는 유행이 절정이던 올해 첫주(1천명당 72.1명)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유행 기준(1천명당 6.6명)보다는 몇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휴전선을 대고 우리와 마주한 북한의 상태는 더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6일 자 보고서에서 북한의 인플루엔자 확산이 '비상'(Emergency)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WHO는 북한의 독감 의심환자 수가 17만8천명이며, 이 중 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CNN은 최근 보도에서 "선수와 관광객이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으로 모이고 있어 당국이 인플루엔자 확산 방지를 위해 분투하고 있다"며 "북한 선수가 남한의 올림픽에 출전하는 상황에서 남북한의 인플루엔자 유행이 이 지역 여행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선수들은 선수촌, 경기장 등에서 한 장소에 밀집하는 경우가 많아 감염 우려가 크지만 백신 접종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방역을 어렵게 한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올림픽 선수촌과 경기장 등에 선수들이 밀집하면 감염 가능성은 자연스레 커진다"며 "그러나 선수들은 도핑에서 문제가 생길까 걱정해 백신을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당국과 백신 제조사에서는 백신에 도핑에 문제가 될 만한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상급 선수들 사이에서는 문제가 될 소지를 원천봉쇄하려고 백신을 안 맞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방역 당국은 백신이 감염 예방 효과를 보려면 적어도 2주 정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올림픽 선수들에게 이제 와 백신을 맞히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자가 발생했을 때 최대한 빨리 진단해 치료하는 쪽으로 대응 방향을 정했다.
조은희 평창올림픽 및 패럴림픽 감염병관리 대책본부 감염병대응반 총괄팀장은 "지금은 치료가 메인"이라며 "선수촌 의무실(폴리클리닉)에 인플루엔자 신속 진단 키트와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조 팀장은 "선수촌 폴리클리닉은 대학병원에서 진료 과목별 전문의가 파견돼 '입원만 안되는 종합병원 수준"이라며 "호흡기 환자가 방문하면 다른 환자와 분리해서 치료하도록 지침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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