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특성별로 인가 세분화…보험·증권·자문·일임도 요건 완화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정부가 케이뱅크·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처럼 특화은행의 추가 설립을 추진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5일 연세대학교에서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금융산업 진입규제 개편 방향을 설명했다.
금융은 대표적 규제 산업으로서 진입장벽이 높다. 이를 획기적으로 낮춰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의 동력을 얻겠다는 게 금융위의 구상이다.
가장 주목되는 분야는 은행이다. 금융위는 은행의 인가 단위를 세분화해 특화은행이 설립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키로 했다.
'고객 특성'에 맞춰 은행의 업무 단위를 쪼개 인가하겠다는 것인데, "구체적인 방향은 고민 중"이라고 금융위 관계자가 밝혔다.
케이뱅크 인가 과정에서 불거졌던 '특혜 논란'이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규제 완화 등 민감한 이슈가 걸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험 분야는 온라인·소형화를 콘셉트로 '생활 밀착형' 특화보험사 설립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보험 판매가 허용된다. 이를 위해 온라인 전문 보험사를 세울 수 있도록 자본금 요건이 완화된다.
펫(애완동물)보험이나 여행자보험 등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고, 그만큼 보험료도 저렴한 '소액·단기보험사' 제도 도입이 검토된다.
신규 진입이 금지돼 온 생명, 연금, 상해, 책임, 간병, 재보험 등에 대해서도 특화보험사의 진입이 허용된다.
증권 분야 역시 자본금 요건을 대폭 낮춰 소규모 특화 업체의 설립을 유도한다.
사모투자증권, 코스닥·코넥스 중개 전문 등 특화증권사는 인가제를 등록제로 바꾸고 자본금 요건을 ½로 낮춘다. 중개 전문인 경우 자본금 요건이 30억원에서 15억원으로 완화된다.
자문업·일임업도 자본금 요건이 ½로 낮아진다. 현재 자문업은 상품·투자자별 7개 등록단위에 최소 자본금 1억∼8억원, 일임업은 6개 등록단위에 최소 자본금 6억∼27억원이다.
최 위원장은 "1인 자문회사 등의 설립을 쉽게 해 자문, 일임, 사모자산운용으로 이어지는 금융투자업자의 성장 사다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신탁업도 관리, 운용, 개발형 등으로 세분화해 자본금 요건을 완화한다. 이를 통해 치매신탁, 유언신탁, 펫신탁 등 특화 서비스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부동산신탁과 관련해 최 위원장은 "최근 10년간 신규 진입이 없어 기존 금융회사의 이익이 과도하게 보호됐다"며 신규 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융위는 업권별 인가 심사 요건을 정비하고 기준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인가를 신청하면 단계별 진행 상황을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알려준다.
금융위는 또 외부 전문가들로 '금융산업 경쟁도 평가위원회'를 꾸려 각 업권의 경쟁도를 측정하고, 이를 토대로 진입 정책을 결정하기로 했다.
최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진입규제 완화로 상당한 규모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5천명(직접 600명, 간접 4천200명)에 가까운 일자리가 생겼다는 것이다.
신규 운용사들이 영업 이력 부족을 이유로 연기금 참여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등 관계부처와 협조해 새로 진입하는 금융회사들의 성장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간담회에는 금융감독원 유광열 수석부원장과 연세대 학생, 금융회사 및 핀테크 업체 직원들이 참석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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