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안정성에 정책 목표 둬야"
(세종=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원/달러 환율 상승(달러 대비 원화가치 평가절하)이 수출이나 산업생산, 경제성장에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밝혔다.
윤덕룡 KIEP 선임연구위원은 5일 '환율변화가 한국기업에 미치는 영향분석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환율상승은 단기적으로 경제성장, 소비, 투자, 수출에 모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서 "최근 이런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이 글로벌 가치사슬에 빠른 속도로 연계됐을 뿐 아니라 국내부가가치 비중이 50% 내외로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올해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천58원까지 하락하는 등 3년 2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외환 당국은 환율하락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통상마찰을 우려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윤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 자유화와 자유변동 환율제 시행으로 일시적 불균형이 조속히 해소될만큼 시장기능이 작동하고 있어서 환율을 상승시키거나 하락시키는 정책을 하면 그 효과가 금방 사라지므로 더는 정책수단으로서 효용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외환시장 변동성과 변동폭은 50% 이상씩 증가해 기업에 높은 부담을 야기하는 요인인 만큼,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변동성을 축소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 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아울러 환율정책만으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재정정책이나 고용정책 등 연관된 거시경제정책을 함께 하는 한편, 산업별·기업별 상황에 따라 맞춤형 환율정책이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윤 연구위원은 환율 평가절하가 경제변수에 부정적 영향을 줘도 경상수지 흑자는 확대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해외투자를 확대하거나 국내 소비를 진작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환율변화에 대한 기업데이터 분석결과 실질실효환율 하락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생산성을 높였지만, 수출 비중이 낮고 수입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생산성에는 미치는 영향이 적었다.
서비스업의 경우 산업별로 중간재 수입의존도가 다르지만, 대부분의 산업이 수출 비중이 낮아 제조업보다 생산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컸다.
주가를 기업가치로 대변한 환노출도 분석에서는 단기적으로 원화가치 평가절하가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분석 시계를 확대하면 대외자산을 많이 보유했거나 대외부채를 적게 보유한 기업, 자기자본비율이나 현금보유비율이 높은 기업, 수익률이 높은 기업 등 기업가치가 긍정적 영향을 받는 기업의 비중이 늘어났다.
윤 연구위원은 "환율이 개별기업에 비치는 영향은 기업규모, 수출의존도, 중간재 수입의존도, 해외지사 존재 여부 등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기업경쟁력이나 산업 생산성을 높이려는 자의적 환율정책은 기업분포를 왜곡하고 기업의 진입과 퇴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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