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정상화 '속도전' 예상…투자·고용 확대 내놓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나면서 삼성그룹으로서는 경영 정상화에 다시 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지난해 2월 17일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된 지 353일 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3년 넘도록 와병하고 있는 가운데 이 부회장마저 구속되면서 삼성그룹은 '총수 부재'의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가야 했다.
이날 이 부회장이 집유로 풀려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은 치열한 기업 간 글로벌 경쟁에 다시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약 1년간 경영 일선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사장단 인사나 주주환원 확대, 주식 액면분할 등 주요 경영 현안은 옥중에서도 꾸준히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신속한 경영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그동안 사실상 중단됐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M&A(인수합병)와 대규모 투자 등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IT(정보기술)·전자업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인공지능(AI),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사물인터넷(IoT) 등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이 분야 역량 강화를 위한 M&A가 활발하게 이뤄져 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업체인 '하만'을 인수한 뒤 굵직한 M&A가 실종된 상황이었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도 '반도체 호황 이후'에 대한 대비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총수 부재로 인해 대형 M&A에 대한 결단이 어렵다고 호소해온 만큼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글로벌 M&A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투자와 고용 확대 등의 조치도 있을 수 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부응해 그룹 차원에서 투자나 고용 확대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좀 더 장기적으로는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 사회환원 약속의 이행 같은 조치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 회장은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드러난 주식·예금·채권 등 차명재산을 실명으로 전환한 뒤 누락된 세금을 모두 납부하고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10년이 되도록 이런 약속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국회 청문회 때 이 부회장은 "어머님, 형제들과 상의해 봐야겠지만 저희가 결정해야 할 시기가 오면 정말 좋은 일에 쓰겠다"며 사회환원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최근 발표된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 등에 따라 삼성생명이 자본 확충을 위해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하는 등의 조치가 잇따를지도 관심이다.
금융 당국이 내놓은 통합감독 방안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7.55%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통합감독이 도입돼 계열사 출자분이 삼성생명 적격자본에서 빠지면 자본 적정성 지표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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