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누네스 메모' 공개로 파당적 정치논란만 가열

입력 2018-02-05 16:20   수정 2018-02-05 16:29

미국 '누네스 메모' 공개로 파당적 정치논란만 가열
"편향 수사 입증" 공화당 주장에 "도리어 음모론에 불리" 반박
트럼프, 특검 제동 위해 감독자인 법무부 부장관 경질할까 주목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장마저 사실관계에 부정확한 면이 있고 FBI 신뢰도와 국가안보를 해친다는 이유로 반대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아래 공화당이 강행한 이른바 '누네스 메모'의 공개는 양 극단으로 벌어지는 미국 정치의 파당화를 증명하는 것이다.


누네스 메모는 형식적으론 하원 정보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데빈 누네스 정보위원장의 이름으로 발표된 것이지만,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의 입장이라기보다는 공화당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위 민주당 측은 누네스 메모의 내용을 반박하는 별도의 메모를 같이 공개하자고 주장했으나, 지난달 29일 같은 날 이뤄진 표결에서 다수당인 공화당에 막혔다.
정보위는 대신 민주당 메모를 하원 전체에 회람시킨 뒤 나중에 다시 공개 여부에 대해 투표를 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당 측은 그사이에 1주일 넘게 자신들의 반대 메모 공개 없이 누네스 메모 내용만 국민에게 회자하는 게 불만이다.
누네스 위원장이 자신의 보좌진과 함께 작성한 메모에서 주장한 핵심 내용은 FBI와 법무부가 트럼프 진영의 외교정책 보좌역이었던 카터 페이지에 대한 감청 영장을 발부받을 때 전직 영국 정보요원이 작성한 입증되지 않은 문건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정보요원은 민주당전국위원회와 힐러리 클린턴 진영에 고용됐던 정치조사 업체의 의뢰를 받았다.
누네스 메모는 FBI가 영장 심사 때 민주당 측 용역이라는 사실을 법원에 알리지 않았으며, 전직 영국 정보요원은 트럼프에 깊은 반감을 갖고 그의 당선을 막기 위해 러시아와 공모 의혹 정보를 언론에 흘렸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FBI의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측 주장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물론 여러 언론의 비판적인 분석에 따르면, 페이지에 대한 감청 영장 신청 근거가 영국 정보요원의 문건 외에 다른 것들도 있는데 누네스 메모는 이들 다른 증거자료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 자료들은 아직 기밀로 분류돼 있다.
게다가, FBI와 법무부는 페이지에 대한 영장을 3차례 갱신 발부받았다. 감청 결과 영장 기한이 끝날 때마다 새로 발부해야 할 만큼 수사에 실질적인 진척이 있었기에 판사들이 재발부하지 않았겠냐고 이들은 지적했다.
CNN(3일)과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2일) 등은 특히 누네스 메모가 도리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측 주장의 핵심을 흔들리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공화당 측은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한 수사가 전직 영국 정보요원의 문건에 기반을 둬서만 시작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누네스는 자신의 메모 마지막 4번째 장에서 페이지가 아닌, 트럼프 진영의 또 다른 하급 자문역 조지 파파도풀로스의 의심스러운 행적에 대한 정보가 FBI의 수사를 "촉발"했다고 썼다는 것이다.
파파도풀로스가 런던의 한 술집에서 술에 취해서 호주 외교관에게 자신과 트럼프 진영 보좌역들및 러시아인들간 "비공개" 회동과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제보 제의를 받은 사실을 털어놓은 것을 호주 외교관이 공식 경로를 통해 미국에 전달, FBI가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얘기는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것이지만, 누네스 메모가 처음으로 확인해준 셈이다. 페이지에 대한 영장 신청은 2016년 10월의 일이지만, 관련 수사는 그보다 수개월 전인 7월 파파도풀로스에 대한 첩보로 시작됐다.
이런 점들 때문에 존 켈리를 비롯한 백악관 일각에선 누네스 메모가 "불발탄"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공개에 미온적이라고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1일 전하기도 했다.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은 3일 트윗에서 누네스 메모에 대해 "이게 다냐? 부정직하고 오해를 일으키는 메모가 하원 정보위를 난파시키고 정보기관들에 대한 신뢰를 결딴내고 해외정보감시법(FISA) 법정과 관계를 훼손했으며, 미국 시민에 대한 비밀수사를 노출했다. 뭘 위해?"라고 맹비난했다.
로버트 뮬러 특검과 대면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음모론 입장에선 뮬러 특검의 수사에 대한 공정성 문제를 계속 제기할 수 있는 소재이자,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은 해임하지 못하더라도 그를 감독하는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의 경질을 통해 특검 수사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미국 일부 언론은 전망했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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