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공격·탈출 대비 철통경계 속 출두…경찰관 살인미수 등 혐의
"침묵한다고 나를 유죄로 만들지는 못해…알라에게 모든 것 맡겨"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지난 2015년 11월 13일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파리 총격 테러의 유일한 생존용의자인 살라 압데슬람에 대한 벨기에 법원의 첫 재판이 5일(현지시간) 열렸다.
압데슬람은 파리테러를 저지른 이후 벨기에 수도 브뤼셀 인근의 몰렌베크에서 은신해오다가 2016년 3월 15일 적발돼 경찰과의 총격전을 벌인 뒤 다리에 총상을 입고 도주했으나 3일 뒤 체포됐으며 프랑스에 신병이 인도돼 지금까지 파리 인근의 교도소에 수감돼왔다.
벨기에 검찰은 체포과정에 경찰과 총격전을 벌인 압데슬람에 대해 경찰관 살인미수, 불법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기소한 뒤 압데슬람에 벨기에 법정 출두를 요구해왔으며, 압데슬람이 이를 수용하고 프랑스 당국이 동의해 이날 재판 출석이 이뤄지게 됐다.
압데슬람이 체포된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압데슬람은 그러나 이날 첫날 심리에서 검찰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압데슬람은 이날 재판을 시작하면서 주심이 그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이름을 묻자 기립하는 것도 거부한 채 "어떤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겠다"며 진술거부를 선언했다.
그는 또 검찰이 계속 질문하자 "나는 단순히 출석을 요구받아서 나왔다"면서 "침묵한다고 해서 나를 범죄자로, 유죄로 만들지는 못할 것"라고 반박했다.
이어 "내가 본 것은 이슬람교도들이 가장 나쁜 방식으로 무자비하게 취급받은 것이다. 무죄추정도 없다"면서 "나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 내가 믿는 것은 알라신뿐이다. 나는 당신들이 두렵지 않다. 나는 알라신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압데슬람이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촬영하는 것도 거부했다고 전했다.
벨기에에서 태어나 프랑스 국적을 가진 모로코계인 압데슬람은 이날 오전 긴 머리에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흰색 폴로 셔츠 차림으로 경찰의 호송을 받으며 브뤼셀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체포된 이후 20개월 가까이 파리 인근의 교도소에서 수감돼온 그는 전날 밤에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교도소를 출발해 이날 오전 브뤼셀에 도착했으며 재판이 열리는 동안 프랑스와 벨기에 국경을 넘나들며 '출퇴근 재판'을 받게 된다.
벨기에 당국은 이날 테러공격이나 압데슬람의 탈출시도 등에 대비해 수백 명의 경찰과 군병력을 재판이 열리는 법원 건물 인근에 배치했으며 그가 도착하고 출발할 때는 헬기를 법원 건물 상공에 띄워 물샐틈 없이 감시했다.
일부 파리총격테러 희생자 가족들도 이날 법정에서 재판과정을 방청했다.
압데슬람은 유죄가 인정되면 최고 징역 40년형이 가능하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망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서 담당 검사는 압데슬람에게 징역 20년형을 받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일부 언론이 전했다.
벨기에 당국은 당초 이번 재판에서 압데슬람 체포과정과 파리 총격 테러뿐만 아니라 압데슬람 체포 직후인 지난 2016년 3월 22일 브뤼셀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테러의 진상도 밝혀낼 수 있기를 기대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파리 총격 테러와 브뤼셀 연쇄 폭탄테러 모두 압데슬람이 속했던 같은 조직이 저지른 것으로 벨기에·프랑스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압데슬람은 프랑스에 신병이 인계된 이후 지금까지 프랑스 당국의 조사에서 답변을 거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와중에 그가 벨기에 법정에 출두하겠다고 밝히면서 침묵을 깨고 입을 열지 주목을 받아왔으나 이날 재판에서 끝내 진술을 거부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8일 열릴 것이라고 일부 언론은 전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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