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내 하드 브렉시트파 '관세동맹 남으면 메이 끌어내릴 반란 모의'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 총리실은 유럽연합(EU)을 탈퇴하면서 EU 관세동맹에서도 떠날 것이라는 방침을 확인했다.
집권 보수당 내 하드 브렉시트파들이 테리사 메이 총리가 EU 관세동맹에서 남는 결정을 내릴 경우 메이 낙마를 목표로 한 총리 경선에 나서기로 하고 '반란 내각' 진용을 짜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관세동맹 탈퇴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
영국 총리실의 이런 입장 확인은 이날 메이 총리가 총리실에서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협상 영국대표가 배석한 가운데 런던을 방문한 미셸 바르니에 브렉시트협상 EU 대표를 만나는 일정을 앞두고 나왔다.
영국과 EU는 이날 협상 대표간 면담에 이어 6~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영-EU 무역협정 등 미래관계에 관한 2단계 브렉시트협상에 착수한다. 양측은 금주 협상에서'전환 기간' 조건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양측은 오는 3월까지 전환 기간 조건에 관한 협상을 마무리 지은 뒤 영-EU 무역협정 협상을 본격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영국 보수당 내각은 영-EU 무역관계에 관한 입장을 놓고 하드 브렉시트파와 소프트 브렉시트파 사이에 첨예한 대립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 보수 일간 더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는 하드 브렉시트파 의원들이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을 만나 마이클 고브 환경장관과 제이콥 리스-모그의원을 각각 부총리와 재무장관으로 두는 '새 내각'을 이끌기 위한 당 대표 도전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고 전날 보도했다.
대표적 하드 브렉시트파인 존슨 장관은 이 자리에서 메이 총리를 압박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자신이 당 대표 경선에 나설 준비가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메이 총리가 EU 관세동맹에서 남는 입장으로 돌아서면 당 대표 도전의 단추를 누르기로 했다는 것이다. 보수당이 하원 다수당이어서 당 대표로 선출되면 총리직을 자동 승계한다.
하드 브렉시트파는 EU와 최대한 관계 단절을 원하는 반면 소프트 브렉시트파는 최대한 긴밀한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반란 모의'는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보좌관이 EU를 탈퇴한 이후 EU와 상품 분야에 국한해 관세협약 또는 관세 파트너십을 맺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알려진 뒤 나왔다.
하드 브렉시트파들 사이에 메이 총리가 관세동맹 탈퇴를 번복할 수 있다는 강한 의심이 번지고 있다.
어떤 형태가 됐든 EU 측과 관세와 관련한 협력관계를 맺으면 미국과 중국 등 EU 이외 제3국과 독자적인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메이 총리는 2019년 3월 29일 EU를 공식 탈퇴하고 동시에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도 이탈한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다만 EU를 공식 탈퇴한 이후 기업 등의 새로운 영-EU 무역협정에 대비하기 위해 EU 단일시장과 기존 조건으로 교역하는 지위를 얻는 '전환 기간'을 두는 방안을 EU 측에 제안했다.
대신 전환 기간에 EU 재정분담에 계속 기여하고, 시민 이동의 자유 보장 등 모든 EU 법규를 준수하며,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 관할권도 수용해야 한다는 등의 EU 측의 전제조건들을 큰 틀에서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정했다.
하드 브렉시트파 사이에서는 이를 '무늬만 브렉시트'라고 혹평하는 목소리와 함께 더 나아가 메이 총리가 사실상 관세동맹에 남는 형태의 영-EU 무역협정을 모색할 수 있다고 의심하고 이를 막기 위해 '총리 교체'를 목표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들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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