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베를린 북부서 1999년 발견, 철거될까 봐 숨겨와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독일 수도 베를린에 사는 한 주민이 약 20년 전 발견했다고 밝힌 베를린장벽의 일부가 공개됐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5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티안 보르만(37) 씨는 베를린 북부 옛 동베를린(분단 시절 동독 관할) 지역인 팡코에서 약 80m(260피트) 길이의 장벽을 1999년 발견했으나 지금껏 숨겨오다가 지난달 중순 블로그를 통해 이런 사실을 알렸다.
베를린장벽은 동, 서독 분단 시절 공산 동독 정권이 '반(反) 파쇼 장벽'이라는 명분 아래 1961년 세웠다가 1989년 무너졌다. 지금은 예술작품의 일부가 된 베를린 중심부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등 일부 지역에서만 그 일부를 볼 수 있다.
보르만 씨는 발견 사실을 알리면 종전 유사한 경우처럼 곧바로 철거되리라는 우려 때문에 여태껏 비밀로 했다.
그는 "베를린(당국)은 이런 발견을 맞을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WP에 말했다.
WP는 동독 정부가 자국을 탈출하는 이들을 막으려고 1961년 다급하게 장벽을 세웠고, 이후 벽돌 장벽을 더 강력한 시멘트 장벽으로 보강하고 감시탑까지 들였다고 설명하면서 이 중 초기 장벽 일부가 이번에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팡코 장벽에는 벌써 지역민뿐 아니라 관광객들이 모여든다고도 WP는 소개했다.
또 몇 주 전에는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분단 시절 동독인들이 서베를린(서독 관할)으로 탈출하려고 파 놓은 터널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독일 현지 라디오 매체 DLF는 당국이 벽돌로 만들어진 (초기) 베를린장벽임을 확인했다면서 발견된 장벽이 기념시설물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를린장벽은 '냉전의 괴물'이었다. 콘크리트 200만t, 강철 70만t이 들어가 높이 3.6m, 길이 155㎞로 선 채 자유를 억압했다.
1961년 8월 22일 장벽을 뚫고 탈출하다 사망자가 처음 나온 이래 온갖 탈출 시도와 희생이 뒤를 이어 붕괴 전까지 공식적 '장벽 희생자'만 136명에 달한 것으로 역사는 기록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 통계일 뿐 훨씬 더 많은 이들이 사망했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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