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쁘라윗 왕수완 부총리겸 국방부 장관의 '명품시계 스캔들'로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태국 군부정권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또다시 군부정권 전직 고관의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이번에는 쿠데타 초기 군부정권의 치안을 총괄했던 경찰청장 출신의 현직 축구협회장이 인신매매 혐의를 받는 대형 성매매 업주와 거액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6일 현지 일간 방콕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솜욧 뿐빤모웅 태국 축구협회장은 인신매매와 성매매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는 마사지 업소 '빅토리아 시크릿' 업주로부터 3억바트(약 103억원)를 빌렸다고 시인했다.
솜욧은 2014년 군부 쿠데타 직후 경찰청장 자리에 올랐다가 이듬해 11월 퇴임했으며, 지난 2016년 2월 축구협회장으로 선출됐다.
솜욧은 당국이 인신매매 및 불법 성매매 혐의를 받는 '빅토리아 시크릿'의 실질적인 업주로 캄폰 위라텝수폼이라는 인물을 지목하고, 로비 내역 등을 수사하는 상황에서 돌연 자백을 했다.
그는 "우리는 친구 사이다. 친구는 서로를 돕는다. 내가 어려울 때 여러 번 도움을 요청했고, 그가 3∼4차례 도움을 줬다. 액수는 3억바트 정도"라고 말했다.
또 그는 "돈을 빌리고 갚는 과정은 은행을 통해 정상적으로 이뤄졌으며, 이미 3년 전에 반부패위원회(NACC)에 신고했다"며 "불법적인 일이 아니므로 숨길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사건을 담당한 태국 법무부 산하 특별조사국(DSI)은 수사가 계속 진행되겠지만 당장은 솜욧을 소환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DSI는 미성년자 인신매매 제보를 받고 지난달 12일 방콕 시내에 있는 유명 마사지 업소인 '빅토리아 시크릿'을 급습했으며, 성매매에 동원된 113명의 미얀마 라오스 출신 여성 등을 구출했다.
DSI는 이 가운데 20여 명이 인신매매 피해자인 사실을 확인하고 인신매매 경로를 수사하는 한편, 일부 경찰관들이 이 업소를 무료로 이용해온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은 군부정권 이인자인 쁘라윗 부총리의 명품시계 스캔들과 맞물려 군부 고관들의 도덕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쁘라윗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각료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위해 대기하던 중 햇빛을 가리려다 공직자 재산신고 당시 누락된 명품시계와 다이아몬드 반지가 드러났다.
이후 네티즌들은 과거 사진을 확인해 그가 총 25개의 서로 다른 명품시계를 차고 있던 사실을 확인해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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