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청년들에게 안전모를"…그림책 '선아'

입력 2018-02-06 11:02   수정 2018-02-06 16:44

"벼랑끝 청년들에게 안전모를"…그림책 '선아'
문인혜 작가, 작년 英 일러스트레이션협회 신인상 수상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반지하 원룸에 사는 취업준비생 선아는 매일 아침 8시 윗집 차가 시동을 거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오늘은 이력서를 낸 회사의 면접이 있는 날. 면접관들은 묻는다.
"졸업한 지가 꽤 됐네요.", "그동안 뭘 했지요?", "결혼은…?"



돌아오는 길 버스 안에서 선아는 무슨 일인지 분노에 찬 한 남자가 버스 기사에게 "너도 내가 우습게 보여?"라며 화를 내고 싸우는 모습을 본다. 애꿎게 그 남자에게 밀쳐 길바닥에 넘어지기도 한다.
문인혜 작가의 그림책 '선아'(이야기꽃)는 이런 선아의 고단한 하루를 따라가는 이야기다.
"선아는 이제껏 선을 넘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날마다 낭떠러지를 밟는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선아는 뭔가에 화를 내는 손님 앞에서 머리를 조아린다.



"잘못도 없는데, 선아는 왜 불안해해야 하는가."
집으로 오는 길에 선아는 한 공사장을 지나다 노란 안전모가 놓여있는 것을 보게 된다. '살아남고 싶어…." 이런 마음으로 안전모를 머리에 눌러쓴다. 다음날부터 선아는 밖에 나가면서 안전모를 쓴다. 선아의 삶은 진짜 안전해진 것일까. 책의 마지막 장면은 거리의 군중에 섞여 있는 많은 사람이 선아처럼 안전모를 쓴 모습이다.
이 책은 하루하루 낭떠러지에 서 있는 듯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선아의 삶을 통해 이 시대 청년들이 놓인 암울한 현실을 보여준다. 노란 안전모는 이들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보호 장비다. 사회가 보장해줘야 할 최소한의 안전망을 상징한다.



문인혜 작가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으로 그렸다. 만들고 나니 나 자신의 이야기였다"며 "불안한 세상을 사는 모든 선아들이 공감하고 위로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작가는 이 책으로 지난해 영국 일러스트레이션 협회(The Association of Illustrators; AOI)에서 여는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어워즈(World Illustration Awards)'의 그림책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출판사 이야기꽃은 이 책이 담고 있는 의미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달 인터넷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뜻에 공감하고 후원해준 이들에게 그림책과 함께 안전모 스티커와 배지, 포스트잇을 증정하는 내용의 이 펀딩은 99명의 참여로 목표금액을 훌쩍 뛰어넘었다.
김장성 이야기꽃 대표는 "스물아홉 살 취준생 선아는 누군가의 딸이고 누군가의 누이이며 누군가의 친구일 수도 있다. '선아'들이 바라는 최소한의 희망에 귀 기울여 줬으면 한다"며 "향후 청년 실업과 복지 문제를 다루는 청년 정책 토론회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mi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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