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협회의 '막무가내식' 행정으로 예산이 삭감돼 평창행이 좌절될 뻔했던 여자 봅슬레이 선수가 '시민의 힘'으로 자금을 마련해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다.
영국 여자 봅슬레이 대표 미카 맥닐(25)은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크라우드펀딩목표액을 달성하던 날 눈물이 흘러나왔다"고 당시의 감격을 되돌아봤다.
맥닐은 작년 9월까지만 해도 평창행에 아무런 장애물이 없었다. 스포츠 복권기금 등을 통해 들어온 자금도 충분한 줄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영국봅슬레이협회가 대회 5개월을 남겨두고 일방적으로 여자 봅슬레이팀의 예산을 삭감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맥닐에 따르면 협회는 '업무 착오'로 재정에 5만 파운드(약 7천600만원) 정도가 부족해지면서 여자 대표팀 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해왔을 뿐,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 지원이 중단되는지 끝까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맥닐은 "그 좌절감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며 "가족, 친구, 휴일을 다 희생해 가면서 그 오랜 시간을 운동했는데 어느 순간 누군가의 '실수'로 그 모든 것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맥닐을 화나게 한 것은 협회가 성차별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남자 대표팀은 모두 평창에 보낼 자금이 있으면서도 여자팀은 아예 지원을 끊겠다고 통보한 것은 성차별적이라고 맥닐은 주장했다.
맥닐은 "협회는 메달 수확에 집중하려고 남자팀을 평창에 보낸다지만 그건 성차별적인 결정"이라며 "양성이 평등해야 하는 이 시대에 정말 비탄스러운 일"이라고 반발했다.
맥닐은 이런 사연과 함께 3만 파운드(약 4천600만원) 모금을 목표로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어서, 하루 만에 1만 파운드를 모으고 5∼6일 만에 목표치를 넘어섰다. 총 모금액은 목표액을 훨씬 넘은 4만2천175파운드(약 6천400만원)였다.
맥닐은 모금 성공 후 출전한 월드컵 대회에서 봅슬레이 썰매에 '#시민의 힘으로'(Powered by the People) 로고를 붙여 고마움을 표현했다.
맥닐은 "다음번도 시민의 도움을 받아 출전하고 싶지는 않다"며 "다음엔 모든 일이 제대로 돌아가 사람들은 호주머니돈을 긁어모으지 않고 그저 지켜보기만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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