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러시아 견제에 신경 쓰는 사이 중국 영향력 커져"

입력 2018-02-06 15:43  

"유럽, 러시아 견제에 신경 쓰는 사이 중국 영향력 커져"
유럽 지도부, 인권침해 언급 않고 자국 이익 저촉되도 관계 강화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유럽 각국이 러시아 견제에만 힘을 쏟다가 중국에 서서히 포섭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진단했다.
유럽이 중국에 보이는 관대함은 최근 영국과 프랑스 두 정상이 중국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양국 관계를 '황금시대'로 지칭하며, 향후 관계 강화 의지를 적극 표명했다.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에 앞서 중국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시 주석에게 프랑스 공화국 수비대의 군마를 선물하며 전례 없는 외교적 제스처를 선보였다.



독일 싱크탱크 세계공공정책연구소(GPPI)와 메르카토르중국연구소(MERICS)가 지원해 이날 발간된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유럽연합(EU) 정치 엘리트들이 중국의 레토릭과 관심사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중국의 관심사가 유럽이나 각국의 이익에 반할 때도 마찬가지"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유럽 이사회가 발간한 외교 정책 리포트와 같은 결론이다.
GPPI의 토르스텐 베너 등 이날 발간된 보고서의 다섯 저자는 중국공산당(CCP)이 유럽 정치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공식·비공식 수단을 분석했다.
여기에는 그리스처럼 재정적으로 어려운 동·남 유럽의 사회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와 같은 방식이 포함된다.
또한 중국과 노르웨이 양국은 무역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는데, '우연히' 노르웨이가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을 일부 중단한 시점과 일치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의 이러한 방식은 자국의 견해를 소셜미디어 혹은 같은 이야기를 계속 쏟아내는 봇(bots)을 활용하는 러시아의 공격적인 방법과는 분명 다르다.
또한 러시아는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당'이나 영국의 '독립당'과 같이 유럽 전역에서 단기간에 권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극우 정당을 지원하거나 로비를 벌이는 데 노력을 쏟아부었는데, 이는 비판적 여론을 조성하고 유럽 기성 엘리트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반면 중국은 콘퍼런스나 리셉션 등 대중의 눈에 덜 띄는 회의에서 주요 정치인과 학계 인사, 언론인 등에 접근해 포섭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를 지속 가능한 성장과 개발의 관점에서 성공적인 모델로 보는 외부인은 거의 없다"면서 "러시아는 영향력을 쌓는 데는 투자를 덜 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유럽 전역에서 쌓은 영향력은 성공적인 사회경제모델로서 중국의 신흥국 지위로 더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유럽의 가치와 이익에 대한 더 큰 해결과제가 되는 것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gogog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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