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죄 용서받지 못할 것…북한에서 김일성의 로봇으로 살았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1987년 대한항공 858기를 폭파한 전 북한 공작원 김현희 씨가 평창 동계올림픽에 등장할 한반도기가 '평화의 상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6일 '지난 한국 올림픽을 앞두고 115명을 죽인 그가 이제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지 묻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씨를 인터뷰한 내용을 전했다.
WP는 김씨가 여전히 대한항공기 폭파 당시 맡았던 임무 때문에 트라우마를 겪지만, 자신이 "북한의 진실"을 말할 증인이라고 생각해 사건에 대해 말해야 할 의무감을 느낀다고 소개했다.
이 때문에 김씨는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이뤄지는 남북한의 협력에 복잡한 감정이 교차한다고 한다.
북한 선수단의 올림픽 참가로 북한이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은 줄었지만, 김씨는 남북협력이 "북한의 손에 놀아나는 것"으로, "북한이 주민들을 대우하는 방식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주목받게 한다"고 생각한다고 WP는 전했다.
김씨는 남북한이 올림픽 개회식에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해도 양측이 "대등한 입장이 아니다"라며 "그 깃발은 평화를 상징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김씨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벌어진 대한항공기 폭파 범행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이 수치스럽다며 "내 죄를 용서받을 수 있을까? 아마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김씨가 자신을 "평범한 시민"으로 소개한다며 그가 한국에서 자신을 담당했던 요원과 결혼해 각각 16세와 18세인 두 자녀를 키우며 요리, 독서, 등산 등을 하며 생활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북한에서 나는 김일성의 로봇으로 살았다"며 "한국에서 나는 새로운 삶을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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