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이중근(77) 부영그룹 회장이 7일 횡령, 탈세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창업주인 이 회장과 부영의 성장 과정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영은 수익성이 낮아 건설사들이 꺼리던 임대주택으로 사업을 시작해 설립 35년 만에 재계 순위 16위의 대기업으로 급성장한 회사다.
1983년 자본금 5천만 원으로 설립된 부영은 30여 년간 임대주택 사업을 주력으로 하면서 그동안 사업지 기준 총 247개, 가구 수로는 20만3천여 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했다. 지난해 ㈜부영주택은 시공능력평가 순위 12위에 올랐다.
부영그룹은 부영주택, 오투리조트 등 국내 법인과 미국,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해외법인, 그리고 최근 인수한 인천일보까지 총 24개 계열사를 갖고 있다. 전 계열사가 비상장된 상태다.
부영그룹의 총 자산규모는 21조7천131억원(공정자산 기준)이며, 부영의 2016년 매출액은 1조6천309억원, 영업이익은 3천348억원, 당기순이익은 1천195억원이었다.
최근 부영은 호텔, 오피스, 리조트, 골프장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 몇 년간은 알짜배기 건물을 잇달아 사들여 부동산 시장의 '큰 손'으로 주목받았다.
삼성생명의 세종대로(옛 태평로) 사옥과 삼성화재의 을지로 사옥, 을지로 옛 외환은행 본점 빌딩, 인천 송도에 있는 포스코 건설 사옥 등을 줄줄이 매입한 것이다.
그 배경으로는 부영이 30여 년간 임대주택 사업을 통해 쌓아온 막대한 부와 탄탄한 자금력이 꼽힌다.
지난해 기준 부영의 현금성 자산과 단기 금융상품 등 현금 보유액은 6천억 원에 달하며 1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5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주택 사업을 시작한 지 30여 년 만에 회사를 대기업으로 키워낸 이 회장에 대해 재계에서는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라는 평가가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광범위한 기부 등 사회공헌활동을 펼쳤고 그 결과 부영이 '매출액 대비 기부를 가장 많이 한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대한노인회 회장으로 선출된 이 회장은 취임 후 부영그룹 회장보다 노인회 회장으로서 대외 활동을 더욱 활발히 펼쳐 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 회장과 부영에 대해 특혜, 비리, 부실시공 등 부정적인 이미지부터 떠올리는 시선도 있다.
부영에 대해서는 국민주택기금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아 최대 민간임대 주택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세간의 평가가 많다. 그래서 "정부 주택기금 4조원을 가져다 쓰는 등의 혜택으로 부영이 이렇게 클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아울러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수백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수십억 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당시 이 회장은 1996~2001년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270억 원 상당의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고 74억 원의 조세를 포탈했으며 국세청 고위 관료에게 억대의 돈을 건넨 혐의 등이 적발됐다.
이후 지난 정권에서도 부영은 거액의 세금 포탈 혐의가 세무당국의 조사로 드러나 검찰의 수사를 받기도 했다.
부영은 최근에는 '부실시공' 문제로 사회적 논란거리가 됐다.
지난해 화성 동탄2신도시 부영아파트에서 9만여 건의 하자가 발생했다는 입주민들의 주장이 제기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부영주택의 영업정지와 퇴출을 요구하기도 했고, 시민단체는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아울러 부영은 임대 아파트의 임대료를 법적 최고상한선인 5%씩 인상해 과도한 임대료 인상 문제로 입주민과 마찰을 빚으며 사회적 논란을 낳았다.
국회 등 정치권과 사회 각계에서는 부영의 불투명하고 구시대적인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또, 기업 규모에 맞지 않게 부영 지분의 90% 이상을 소유한 이 회장 1인의 경영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은 "지분구조를 보니 이 회장이 93.8%를 갖고 있고 계열사가 상당히 많은데 거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업계 순위가 이 정도 된 회사가 이런 지분구조를 갖고 있는 게 옳은가", "부영그룹은 이중근 창업주의 사기업이라 할만한 지분구조로 되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상장을 해서 '땅굴 속의 회사'를 개방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다.
실제 과거 이 회장의 아들이 대표이사를 맡은 한 계열사가 비상장 계열사의 자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한다는 비난을 받은 적도 있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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