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완선은 '흥부' 출연…단독 주연작 이미 촬영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김계연 기자 = 늦겨울 극장가에 중년 여배우들이 속속 복귀하고 있다.
젊은 여배우들도 비중 있는 역할을 만나기 쉽지 않은 요즘 영화계에서 당당히 주연을 꿰찼다. 비슷비슷한 캐릭터에서 벗어나 파격적 변신도 시도한다.
상영중인 영화 '천화'의 이일화(47)에게서 '덕선 엄마'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악착같은 엄마에서 신비로운 여인으로 변신했다. 이일화가 연기한 윤정은 제주도의 요양원에서 일하며 치매에 걸린 노인 문호(하용수 분)를 돌본다. 언제, 어떻게 제주도에 와서 왜 그 일을 하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동네에는 그가 일본인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윤정은 조금씩 되살아나는 문호의 기억을 통해 그의 인생을 가늠하지만 무엇도 뚜렷하지 않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종규(양동근)가 윤정에게 매료돼 '소울 메이트'를 자청하기도 한다. 민병국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모호함, 윤정이 부닥치는 인물들과의 관계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논한다.
1991년 S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일화로서는 1994년 개봉한 '그리움엔 이유가 없다' 이후 24년 만에 주연을 맡은 영화다. 실제 나이보다 열 살가량 어린 캐릭터를 맡아 흡연과 노출 등 파격 연기를 선보인다.
배종옥(54)은 영화 '환절기'로 돌아왔다. 요즘 한국영화에 보기 드문 중년 여성을 원톱으로 내세운 영화다. 평범한 엄마 미경(배종옥)과 그의 하나뿐인 아들 수현(지윤호), 아들의 친구 용준(이원근) 사이에 얽힌 이야기를 그린다.
배종옥은 외국에서 근무하는 남편과 떨어져 홀로 아들을 키운다. 고3 아들 수현이 유일하게 집에 데려온 친구 용준을 친아들처럼 대해준다. 수현은 제대 후 용준과 떠난 여행길에서 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되고, 미경은 혼자 멀쩡하게 살아 돌아온 용준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수현과 용준이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것을 안 뒤 용준 몰래 수현을 지방의 요양병원으로 옮기고, 홀로 간호를 한다. 배종옥은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했던 아들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면서 인생의 '환절기'를 맞는 중년 여성의 복잡한 심경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배종옥은 "감정과 감정 사이, 인물과 인물 사이에 섬세하게 흐르는 심리 표현이 인상 깊은 시나리오였다"면서 "자기의 인생을 반추하고, 화해하는 여자의 모습이 지금 내 나이 또래 여성들이 겪는 갱년기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희애(51)는 다음달 개봉하는 '사라진 밤'으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쎄시봉'(2015) 이후 3년 만이다. 영화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사체보관실에서 사라진 시체를 두고 벌어지는 추적 스릴러다.
아내의 집착에서 벗어나고자 완전범죄를 계획한 남편(김강우)과 그를 의심하는 형사(김상경). 김희애가 연기한 아내 윤설희는 이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미스터리의 핵심 인물이다. 김희애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 법정투쟁 실화를 옮긴 '허스토리'에서도 주연으로 관객을 만난다. 민규동 감독이 연출한 '허스토리'는 지난해 연말 촬영을 마치고 올해 개봉 예정이다.
설 연휴에 개봉하는 영화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에는 깜짝 놀랄 만한 얼굴이 나온다. 나이 어린 임금 헌종을 대신해 나랏일을 하는 순원왕후로 김완선(49)이 특별출연한다. 처음엔 긴가민가하지만 눈빛이 영락없는 김완선이다.
김완선은 2012년 케이블채널 콩트쇼 '단단한 가족'를 시작으로 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 카메오로 출연하는 등 간간이 연기를 해왔다. '흥부'에 앞서 재작년 촬영한 장편영화 '오즈 온 더 문'에서는 단독 주연을 맡았다. 10대에 데뷔해 화려한 시절을 거쳐 중년이 된 가수의 이야기로, 김완선의 자전적 요소가 많이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아직 후반작업 중으로 개봉시기는 미정이다.
'흥부'와 '오즈 온 더 문'을 연출한 조근현 감독은 "'오즈 온 더 문'에서 놀랄 정도로 연기를 잘해 '흥부'에도 캐스팅했다"며 "세련된 이미지의 가수가 사극 분장을 하고 화를 내는 장면에 관객이 오히려 어색해하는 것 같지만, '오즈 온 더 문'에선 누구나 다 아는 가수 김완선이어서 감정이입이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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