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대통령 '홀로코스트 연관부정법' 서명…발효임박(종합)

입력 2018-02-07 11:38  

폴란드 대통령 '홀로코스트 연관부정법' 서명…발효임박(종합)
이스라엘·미국 강력 반발…막판 타협점 찾을지 관심사
학계 "민족주의자들의 우파 지지층 부응 위한 조치"



(베를린·서울=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민영규 기자 = 폴란드에서 민족주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와 폴란드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효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이에 따라 이 법안에 반대해온 이스라엘과 미국의 반발이 거세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이 법안에 서명했다고 AP 통신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이날 전했다.
이 법안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폴란드를 점령한 뒤 설치한 강제수용소 등을 부를 때 '폴란드의'라는 표현이 들어가는 용어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아우슈비츠 등의 강제수용소를 '폴란드의' 수용소라고 부를 경우 국적을 막론하고 벌금 또는 최대 징역 3년에 처하도록 했다.
나치의 만행과 관련해 폴란드와 폴란드 국민을 상대로 공동책임을 물을 경우에도 처벌 조항을 넣었다.
이 법안 처리는 민족주의와 반(反)이슬람 성향의 집권당인 '법과 정의당(PiS)'이 주도했다.
PiS가 2015년 집권한 직후 제안된 이 법안은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 선상에 오르지 않다가 국제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인 지난달 28일 전날 하원에서 처리돼 국제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스라엘 측은 즉각 "홀로코스트 부정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발했고 유대계의 입김이 강한 미국도 폴란드와의 관계를 저해할 수 있다며 경고를 보냈으나, 최근 폴란드 상원에서도 통과됐다.
이스라엘 측은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폴란드인의 전쟁범죄 연루와 관련한 증언을 할 경우 기소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그 법이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도 "언론과 학문 연구의 자유에 역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폴란드 국가안전보장회의 의장의 자국 방문 연기를 요구했고, 폴란드는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교육장관의 방문을 불과 이틀 앞두고 취소하는 등 양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베네트 장관은 폴란드의 일방적인 방문취소 후 성명에서 '유대인의 피가 폴란드에서 울고 있으며 그 어떤 법도 그것을 침묵하게 할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홀로코스트 학자들과 관련 기관들도 "폴란드 법안이 불명확한 표현을 담고 있어 권한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폴란드 우파 세력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유대인들이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 압류된 유대인의 재산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려고 이 문제를 악용한다고 비난했다.
다만, 두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이 법안을 심사하도록 해 의회가 법안을 수정할 가능성을 이론적으로는 열어놨다.
이 법안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어떤 표현을 할 때 처벌받는지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지 심사해달라고 요청하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외교부도 성명에서 "헌재에 심사를 요청한 폴란드 대통령의 결정이 변화와 정정을 모두 허용하기를 희망한다"면서 "폴란드와 계속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전 성명보다 다소 누그러진 것이어서 양측이 타협점을 찾으려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AP 통신은 분석했다.
그러나 헌재가 사실상 PiS에 우호적이기 때문에 법안의 수정을 요구할 가능성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다 대통령이 헌재에 법안 심사를 요청한 것이 일단 주의를 딴 데로 돌려놓으려는 고도의 전략이라는 해석도 없지 않다.
문제의 법안은 공포 14일 후 발효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는 점령지인 폴란드에 설치한 아우슈비츠와 트레블링카 등의 강제수용소에서 폴란드의 유대인 320만 명과 비(非)유대인인 폴란드인 190만 명을 집단 학살했다.
바르샤바에 있는 홀로코스트 폴란드 연구센터는 18만 명에서 20만 명의 유대인이 폴란드인에 의해 살해되거나 폴란드인의 밀고로 숨진 것으로 평가했다.
당시 나치는 유럽 전역에서 600만 명의 유대인을 살해했다.
역사학자인 오타와대학의 얀 그라보프스키는 법안 추진에 대해 "폴란드에서 민족주의자들이 그들의 지지자인 우파들의 구미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lkbin@yna.co.kr, youngky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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