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 그레슈치신, 버스 운전하며 훈련…나이 마흔 앞두고 첫 올림픽
(평창=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안정적인 정규직 교사와 미래가 불투명한 비인기 종목의 늦깎이 운동선수.
데이브 그레슈치신(39·캐나다)은 전자에서 후자로 직업을 바꿔 평창까지 왔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에 캐나다 대표로 출전하는 그는 7일(한국시간) 캐나다 CBC에 따르면 원래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정규직 중학교 교사였다.
27세에 교사가 돼 물리교육과 과학을 가르쳤고, 월급도 적지 않게 받았다고 한다. 온타리오 주 중학교 교사의 평균 연봉은 5만5천 캐나다 달러(약 4천700만원)다.
혈기왕성한 20대 중반에 안정적인 교사가 된 것이 문제였을까. 그레슈치신은 "너무 빨리 책임감 있는 어른의 세계로 들어온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던 어느 날 휴가를 내고 간 캐나다 캘거리에서 스켈레톤을 처음 탄 그는 그 길로 이 썰매 종목에 빠져버렸다. 이때 그의 나이 28세였다.
그레슈치신은 "트랙을 내려가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 줄은 전혀 몰랐다"며 "벽에 몇 번 부딪히고 나니 팔이 남아나질 않았고, 주행용 슈트를 빌려준 사람에게 새 슈트를 사줘야 했다"고 첫 주행을 떠올렸다.
얼마 후 그는 학교에 사표를 냈다. 언젠가 동계올림픽 스켈레톤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다시 캘거리로 향했다.
그레슈치신은 "내 마음속의 자신감이 내게 '꼭 해야 할 선택'이라고 말하는 듯했다"며 "다른 교사 일자리가 있을 것이고, 이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나 자신에게 되뇌었다"고 결단의 순간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내가 조금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동시에 '현재'는 다시 없다는 것도 알았다"며 "훗날 소파에 앉아 스켈레톤에 도전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회고했다.
실상은 도전한 것을 후회하는 나날이었다고 한다. 그는 한동안 예산이 빠듯해 저렴한 빵과 땅콩버터를 양껏 먹어가며 식비를 아껴야 했다.
설상가상 그의 온타리오 주 교사 자격증은 캘거리가 있는 앨버타 주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결국, 통학버스 운전사로 일하면서 아침과 오후 근무 사이에 스켈레톤을 연습해야 했다.
그는 "스켈레톤 주행과 버스 운전은 밀접한 일이다. 스켈레톤 경험은 자동차 고속도로에서 도움이 된다"고 했지만, 버스 운전이 스켈레톤 실력에 도움이 됐다고 얘기하지는 않았다.
악조건 속에서 훈련한 그는 2012년 처음 대표팀에 발탁됐으나 2014 소치동계올림픽 출전에는 실패했다.
재수 끝에 마침내 이번 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2017-2018시즌 그는 스켈레톤 월드컵 랭킹 11위에 올랐다.
그레슈치신은 "가끔 내가 늙었다고 느끼기는 해도 여전히 젊으며, 젊은 친구들과 경쟁할 수 있다"며 "나는 꽤 황소고집이다. 앞을 내다보는 것이 언제나 최선이라고 믿는다. 돌아보지 마라. 돌아보면 앞에 있는 것을 놓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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