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대학 지적…수당없는 장시간 격무에 여권·임금 압수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유럽 기업들이 북한 당국에 의해 이뤄지는 '강제노역'으로 인해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6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라이덴대학교 내 아시아센터는 유럽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심각한 강제노역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EU로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여전히 당 간부들에게 여권과 임금을 압수당하고 이동의 자유를 제한받으며 초과근무수당도 받지 못한 채 장시간 격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라이덴아시아센터는 보고서에서 북한 파견 노동자 임금의 대부분은 당에서 압수하고 있는데 이들을 고용한 EU 기업들이 북측의 이러한 방침 때문에 '강제노역'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북한 노동자들의 강제노역 사실이 있음을 알았거나 알았어야 한 경우, 그리고 의도적으로 또는 부주의 때문에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에는 민사소송을 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그동안 자국 해외 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노역·착취 의혹을 부인해왔다.
지난 2014년 북한은 해외 파견 노동자에 대한 강제노역·고문 사례를 확인한 유엔(UN) 보고서 내용을 부인하며 이를 반박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펴내기도 했다.
북한은 이 보고서에서 자국 근로자들에게 8시간 노동, 공정한 임금체계, 유급 휴가 등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인권단체들은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세계 곳곳에 수만명의 근로자를 파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벌어들인 외화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피해 북한 정권의 숨겨진 돈줄 역할을 해왔다고 전한다.
이번 보고서 내용은 라이덴아시아센터가 폴란드 내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침해 사례를 알린 2016년 보고서 내용에서 거의 달라진 게 없다.
보고서는 "EU는 폴란드에서 EU법을 집행하지 않았고 폴란드는 자국 조선소, 건설현장, 토마토 농장 등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중단시킨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집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러시아의 북한 파견 노동자가 2만여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에 1만9천여명, 쿠웨이트에 4천500여명이 파견된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아시아 부지부장 필 로버트슨은 "이런 근로자들이 벌어들인 외화는 북한 내 각 부문에서 주요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내에서도 강제노역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강제노역이 없으면 북한 내에서 많은 일이 진행 자체도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일꾼들의 노동권과는 별개로, 지난해 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재정을 옥죈다는 취지로 외화벌이를 위해 외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을 2019년 말까지 귀국하도록 강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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