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직원 통해 6개월간 여론동향 추적…"CEO가 거물 정치인처럼 행동, 이례적"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사내 조사 전문가를 통해 자신에 대한 전 세계의 여론동향을 지속해서 추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6일 지난해 6개월 동안 페이스북에서 저커버그에 대한 여론조사 업무를 전담했던 타비스 맥긴과의 인터뷰를 통해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 파문으로 곤욕을 치르던 시기에 저커버그 개인에 대한 여론동향 추적 작업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맥긴은 "내가 했던 일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다"면서 "사람들이 저커버그를 좋아하는지, 그를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알아내기 위해 여론조사와 포커스 그룹에 대한 심층 조사를 했으며 특히 미국 이외의 지역이 매우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순히 추상적인 견해뿐 아니라, 저커버그의 연설이나 그의 언론인터뷰,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에 대한 여론동향을 추적했다"면서 "저커버그 자택 뒷마당에서 바비큐 파티가 열리고 이것이 페이스북 라이브에 올라오면 거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까지 파악하는 등 그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끊임없이 수치화했다"고 전했다.
구글에서 3년간 마케팅 조사 업무를 했던 타비스 맥긴은 지난해 페이스북 취업 면접 과정에서 이런 제안을 받았고 6개월 동안 이 일을 하다가 지난해 말 퇴사했다고 한다.
맥긴이 저커버그의 미세한 대중 인식 변화를 추적했던 시기는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페이스북의 가짜 뉴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는 논란이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한 때이자, 저커버그가 미국의 여론을 청취하겠다면서 미전역을 투어하던 때였다.
더버지는 저커버그뿐 아니라 페이스북의 2인자 격인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대한 여론 인식 조사도 함께 이뤄졌다고 전했다.
저커버그는 미국 대선 출마 가능성이 끊이지 않는 인물이며, 샌드버그도 만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면 정부의 요직을 맡았을 것이 확실시됐던 인물이다. 현실정치에 관심이 큰 두 사람이 페이스북에서 거물급 정치인처럼 여론동향을 체크해온 셈이다.
더버지는 "실리콘밸리 거대 회사들이 자신들의 제품이나 CEO에 대한 여론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회사 직원이 전담해 지속해서 이런 일을 해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이는 페이스북의 얼굴격인 저커버그의 역할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1억2천만 명의 팔로워를 지닌 저커버그의 게시물과 연설 내용은 미 의회나 규제 당국, 언론과 일반 사용자들의 페이스북에 대한 강경 비난이 제기됐을 때 이를 헤쳐나가는 데 큰 도움이 돼왔다고 더버지는 덧붙였다.
맥긴은 "페이스북은 마크이고, 마크는 페이스북"이라면서 "그는 페이스북 의결 투표권의 60%를 장악하고 있으며, 이 33세의 개인은 전 세계 20억 명 이상의 사람들 경험에 대한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통제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이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했다고 더버지는 전했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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