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진실규명엔 '한계'…헬기사격 부인 조종사 증언도
특조위 "당시 軍자료 왜곡·은폐로 가짜와의 전쟁 치러" 어려움 토로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가 7일 5·18민주화운동 당시 군이 광주 시민들을 향해 헬기 사격을 가하고 전투기와 공격기에 무장을 달아 대기시켰다고 밝힌 것은 당시 여러 의혹에 대한 실체 규명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진실을 확실하게 규명하지 못했고, 추가조사의 필요성을 남겨두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국방부에 발족된 민·군 5·18 특조위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자칫 미완의 과제로 남을 뻔한 퍼즐의 한 조각을 맞췄다는 데 우선 성과가 있다.
작년 9월 발족한 특조위는 약 5개월간에 걸쳐 62만 쪽에 이르는 자료를 수집 분석하고, 당시 광주에 출동했던 190개 대대급 이상 군부대 및 관련기관, 당시 군 관계자들과 목격자 등 총 120명을 조사했다.
특조위는 헬기 사격의 근거로 군의 지시문서와 명령, 목격자 증언, 광주 전일빌딩에서 발견한 UH-1H 장착 M60 기관총 탄환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광주에 출동한 40여 대의 헬기 중 일부 500MD 공격헬기와 UH-1H 기동헬기에서 1980년 5월 21일과 5월 27일 광주시민을 향해 여러 차례 사격을 가했다는 것이 특조위의 설명이다.
특히 특조위는 계엄사령부에서 5월 21일 전남도청 앞에서 집단 발포와 함께 더욱 강경한 진압작전을 계획하면서 다음 날 전투병과교육사령부(전교사)에 헬기 사격이 포함된 구체적인 '헬기작전계획 실시지침'을 하달한 사실을 최초로 확인했다.
이 지침에는 '시위사격은 20미리 벌컨. 실사격은 7.62미리가 적합' 등 헬기 기총 사용 방침뿐 아니라 '핵심점 사격 소탕' '광주시내 하천 적합', '위력시위사격을 하천과 임야, 산 등을 선정해 실시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계엄사령부 황영시 부사령관이 전교사 김기석 부사령관에게, 전교사 김순현 전투발전부장이 103항공대장에게, 11공수여단장이 103항공대장에게 무장헬기 진압작전 수행, 헬기 위협사격 혹은 무력시위 등의 명령을 내린 사실도 이번 조사에서 처음 드러났다고 특조위는 설명했다.
특히 5월 22일 103항공대장 등 조종사 4명이 AH-1J 코브라 헬기 2대에 벌컨포 500발씩을 싣고 광주에 출동했다고 진술한 점, 20사단 충정작전상보 첨부자료에 103항공대가 5월 23일 전교사에서 벌컨포 1천500발을 수령했다고 적혀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코브라 헬기에서 벌컨포를 사격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특조위의 판단이다.
이에 특조위는 "광주시민을 상대로 하는 헬기 사격은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행위로서 정부는 시민을 상대로 자행된 헬기 사격에 대해 깊이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헬기사격과 관련, 당시 헬기 조종사들은 헬기에 무장을 한 상태로 광주상공에서 비행했다고 진술했지만 헬기사격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고, 특조위는 헬기운행일지 등도 확인하는데 실패했다.
특조위는 5·18민주화운동 기간 공군 제10전투비행단이 F-5 전투기와 경남 사천의 제3훈련비행단 A-37 공격기에 각각 MK-82 폭탄이 장착된 채로 대기했던 사실을 확인했으나, 어떤 목적에서인지는 정확히 규명하지 못했다.
당시 공군에 몸담았던 일부 예비역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광주 출격'이 목적이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번 조사에서 '광주 폭격설'과 '광주 폭격소문'의 진원지가 주한 미 공군 관계자들이었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확인됐다.
당시 공군 제1전투비행단에 주둔한 미 공군 관계자들이 그런 소문을 냈다는 것까지는 확인됐으나, 구체적 신원이나 그런 소문을 낸 근거 등은 찾지 못했다는 것이 특조위의 설명이다.
특조위는 "폭탄이 이례적으로 장착되었던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현재로써 그것이 광주를 폭격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확한 근거자료는 발견하지 못했고, 이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군이 당시 작전문서 등을 파기하거나 왜곡, 은폐한 사실 등도 거듭 확인됐다.
특조위는 "계엄군으로 출동했던 특전사의 전투상보, 20사단 전투상보, 31사단 전투상보 등과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장병들의 체험수기 등이 왜곡되는 등 특별조사위원회가 '가짜와의 전쟁'을 치르는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여기에다 군에 보관되어 있는 자료 중 5·18과 관련한 중요한 부분들이 제대로 기재되어 있지 않거나, 마이크로필름(MF)으로 전환하면서 보존 연한의 경과 등을 이유로 폐기해 당시의 원본 문서를 찾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에 특조위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5·18 관련 의혹들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관련 특별법이 조기에 마련되고, 독립적인 조사기관의 성역 없는 자료 수집과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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