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초등학생 A양은 머릿니 탓에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어머니의 보살핌을 못 받는 탓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A양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살뜰히 머릿니를 잡아 준 것은 동네 주민들이었다.
광주에서 어려운 이웃을 직접 찾아 돕는 주민들의 헌신이 잇따라 알려졌다.
광주 서구에서는 화정 1동 주민들로 꾸려진 보장협의회와 복지탐정단이 어려운 사정에 처한 이웃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국가 차원의 복지 지원을 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을 적극적으로 발굴,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 동네 복지탐정단'을 결성해 50세 이상 단독가구, 공동주택 관리비 체납 세대, 원룸 단독가구 등 총 3천200가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해 찾아낸 지원대상만 170여 가구에 달한다.
170여 가구 중에는 눈물겨운 사연도 많았다.
원룸에서 홀로 사는 한 미혼 여성은 경제난에 몇 년째 건강보험료를 못 내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었다.
보장협의회는 이 여성에게 병원비를 지원해 치료받을 수 있게 도왔다.
전기세를 못 내 촛불을 켜고 생활하는 한 가정은 엄마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정 탓에 아이들이 굶고 있었다.
동 주민센터 측은 엄마를 설득해 아이들이 지역 아동센터에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게 했다.
보장협의회는 집에 가득 쌓여 있는 쓰레기로 불이 난 적이 있는 저장강박증 주민 주택에서 쓰레기를 손수 치우기도 했다.
광주 북구에서도 설 명절을 앞두고 이웃들의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북구는 송광운 북구청장과 간부 공무원들이 나서 복지시설을 위문 방문하고, 어려운 이웃 5천945가구에 생필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미용박물관 북구의 노인과 참전용사를 대상으로 무료로 머리를 잘라주고, 서영대학교 간호학과 학생 50명은 노인들의 건강 상태를 일일이 방문해 확인하고 있다.
북구 27개동 자생단체와 복지시설 등 풀뿌리 공동체는 소외계층 위문 등 사랑 나눔 행사를 추진한다.
북구 '마중물 나누미' 회원들의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정훈조 화정1동 보장협의체 위원장은 "한동네에 살고 있지만 이렇게 힘들게 생활하는 이웃들이 많은지 몰랐다"며 "이웃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작은 온정의 손길이지만 조금이나마 희망을 드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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