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모르는 당찬 선수들…허물 없는 팀 분위기에 계주 선전 기대감도 높아져
(강릉=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자기 소개하면 되나요?"
7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훈련을 마치고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선 쇼트트랙 대표팀의 김도겸(25·스포츠토토)은 믹스트존 매니저가 건넨 마이크를 받아들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생애 첫 올림픽에 모든 것이 낯설 테지만 긴장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몇 년 새 최강 전력으로 평가받는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5명의 선수는 하나같이 밝고 당차고 천진난만한 모습이다.
맏형 곽윤기(29·고양시청)부터 막내 황대헌(19·부흥고)까지 꼭 10살 차이가 나지만 선수들끼리 거리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4차 대회에서 강팀 네덜란드와 미국을 제치고 3년 만에 5,000m 첫 금메달을 거머쥔 선수들은 시상대에 오르기 전 흡사 아이돌 그룹과도 같은 멋진 포즈를 선보였다.
서이라(26·화성시청)는 지난해 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많은 기자와 카메라 앞에서 랩 솜씨를 뽐냈고, 지난 5일 강릉선수촌 입촌 당시에는 대표팀 도착을 기다리던 취재진을 셀카봉을 찍는 여유도 보였다.
아직은 수줍음이 남아있는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김도겸은 "막내도 큰 형한테 장난을 치고, 형들도 잘 받아준다"며 "모두 개구쟁이라 누가 분위기 메이커라고 할 것도 없이 장난을 잘 주고받는다"고 전했다.
황대헌도 "가장 나이 차이가 적은 (임)효준이 형과도 3살이 차이 난다"며 "그렇지만 형들이 편하게 해주셔서 예의를 지키면서도 장난도 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5,000m에 대한 기대감도 높여준다.
올림픽 남자 5,000m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1992년과 2006년에 금메달, 1998년과 2010년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4년엔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2014년 소치 대회에서 계주뿐만 아니라 전 종목 '노메달'의 굴욕을 맛본 남자 대표팀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지난해 대표 선발전에서는 임효준(22·한국체대)과 황대헌 등 젊은 '다크호스'들이 간판선수들을 대신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새 얼굴들은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지만 계주에서는 잇단 실수를 범하며 조직력에 대한 우려를 자아냈다.
그러나 선수들이 손발을 맞추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팀 분위기와 계주 호흡도 점차 좋아졌다.
소치 때 부진 이후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남자 대표팀이지만 평창에서만큼은 환상의 호흡을 바탕으로 '사고'를 한 번 쳐볼 기세다.
김도겸은 "계주에서는 호흡이나 팀 분위기가 안팎으로 좋아야 팀워크가 좋아진다"며 "서로 허물없이 지내고 훈련 분위기도 좋게 가져가면서 팀워크를 맞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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