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항소심 판결 논란'에 당분간 '로우키' 기조(종합)

입력 2018-02-08 11:30   수정 2018-02-0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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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항소심 판결 논란'에 당분간 '로우키' 기조(종합)
이재용, 석방 나흘째도 출근 안 해…"당장 외부일정은 없을 듯"
신규 투자·일자리 등 '일단 보류'…임원들 구설수 '주의령'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항소심 집행유예 판결에 대한 논란이 정치권과 법조계를 중심으로 일파만파 확산하는 데 대해 삼성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상황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석방될 경우 어느 정도 비판이 있으리라고 예상했으나 파장이 계속 커지자 이 부회장의 대외 활동 재개는 물론 그룹 차원의 대규모 사업이나 신뢰회복 방안 추진도 일단 '보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부적으로도 "지금은 무슨 일을 해도 욕먹을 수밖에 없으니 일단 '로우키'로 가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8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 부회장은 구속수감 중에 '만약 석방된다면 가급적 빨리 경영 일선에 복귀해서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나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 당장 공식 활동을 재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석방 이후 사흘간 공식적인 대외 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추후 일정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석방 나흘째인 이날 오전에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출소 이튿날 40~50명이나 몰렸던 취재진도 전날부터 대부분 철수하면서 삼성사옥은 거의 평소의 모습을 되찾았다.
삼성은 집권여당 대표의 '판경유착' 발언 등 여권의 비난 공세에 이어 사법부 관계자의 판결에 대한 공개 비판, 항소심 판사의 파면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 등이 잇따르자 당분간은 '포스트(Post) 석방 활동'을 보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부회장 석방 이후 회사 차원의 입장 발표가 전혀 없었고 권오현 회장을 비롯한 회장단이나 사장단이 내부망에 별도의 글을 올리지 않은 것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케 한다는 지적이다.

그룹 내부에서는 임원들을 상대로 '민감한 시기에 구설에 오를 수 있으니 이 부회장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가급적 언급하지 말라'는 '주의보'가 발령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한 계열사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공식 일정을 소화할 경우 자연스럽게 언론에 노출될 텐데 비판하는 진영에서 가만히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도 같은 이유에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은 일상적 경영 활동은 정상적으로 진행하되 이 부회장 석방을 계기로 본격 추진하려던 여러 '프로젝트'도 일단은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몇 달간 논의되던 경기도 평택의 반도체 제2생산라인 투자가 공교롭게 석방 직후 알려지긴 했으나 새로운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기에는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또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의 실명전환 및 세금 납부와 나머지 액수의 사회환원 등 신뢰회복 방안도 추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답답한 심정이야 있겠지만 긴 안목에서 삼성이 지킬 것은 지키고 할 일은 하는 게 국민적 신뢰를 되찾는 길"이라면서 "이 부회장이 석방됐다고 당장 뭔가를 급하게 내놓는다면 그거야말로 국민에게 부적절하게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huma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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