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시카 특별지위 헌법 명시 요구에 "준비 돼 있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민족주의적 열정에 다시 불이 붙은 지중해의 프랑스령 코르시카에 개헌 카드를 제시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코르시카를 방문 중인 마크롱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연설에서 코르시카의 특별한 지위를 헌법에 명시해달라는 민족주의 진영의 요구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마크롱은 "코르시카의 지리와 독특한 특성에 따라 헌법에 그 특별함을 인정하는 것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개헌의 구체적인 내용은 양측이 협의하자고 했다.
그러나 코르시카어에 프랑스어와 같은 공용어의 지위를 부여해달라는 요구에는 "두 개의 언어 사용을 지지하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비거주자들이 코르시카에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코르시카 자치정부에 부여해달라는 요구도 거부했다. 다만, 코르시카의 부동산 경기부양을 위해 주택건설을 늘리고 도시개발 규제의 개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마크롱이 이날 코르시카를 위해 개헌까지 검토하겠다고 한 것은 전향적인 태도로 받아들여진다. 전통적으로 강력한 중앙집권 전통을 유지해온 프랑스는 일체의 분리주의적인 요구를 거부해왔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고향인 코르시카는 이탈리아 반도 옆 지중해에 있는 섬으로, 14세기부터 이탈리아 해양도시국가 제노바의 지배를 받다가 18세기에 프랑스로 편입됐다.
지리·문화적으로 프랑스보다 이탈리아 쪽에 더 가깝고, 고유어인 코르시카어 역시 이탈리아어와 유사성이 더 커서 역사적으로 민족주의 진영의 목소리가 강하다
최근에는 강한 민족주의 성향의 자치정부가 새로 들어선 뒤 자치권 확대, 코르시카민족해방전선(FNLC) 등 과거 무장투쟁 조직원의 사면 등을 요구하며 프랑스 정부를 압박해왔다.
전날 마크롱은 1998년 FNLC가 암살한 클로드 에리냑 전 주지사의 20주기 추모식을 주재한 자리에서 조직원 사면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
코르시카에서 프랑스로부터 독립하자는 목소리는 강하지 않다.
이웃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이 높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코르시카는 경제를 본국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출범한 민족주의 성향의 자치정부도 '분리독립을 추진하는 일은 당분간 없다'면서 자치권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