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할 소 식탁에 버젓이 유통…도축·유통업자 등 15명 덜미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설 명절을 앞두고 병들어 주저앉은 소를 불법 도축한 업자 등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축산물위생관리법위반 혐의로 도축업자 황모(55)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불법 도축한 소를 정육점과 음식점에 납품한 유통업자 김모(55)씨 등 13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황씨 등은 설 명절을 앞둔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병든 소 수십 마리를 불법으로 도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송아지 출산 중 주저앉거나 배가 찢기고 멍들어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 소를 사들여 도축했다.
도축도 위생적인 시설을 갖춘 건물이 아니라, 임시로 설치한 천막에 사료 포대를 깔고 했다. 주변에는 퇴비와 건초, 분뇨 등이 쌓여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유통업자 김씨 등은 이렇게 잡은 소를 다시 사들여 납품했고, 음식점과 정육점은 병든 소를 한우와 섞어 손님들에게 판매했다.
경찰은 일 년 넘게 불법 도축이 이뤄지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현장을 급습해 이들을 모두 붙잡았다.
조사결과 이들은 병이 들거나 주저앉은 소를 전국 농장에서 마리당 30만∼60만원에 사들여 도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소를 도축하려면 허가받은 시설에서 브루셀라·구제역 등 질병과 거동상태, 호흡 등을 확인하는 생체검사를 거쳐야 한다.
검사 과정에서 소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검사관이 불합격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주저앉은(기립불능) 소는 원칙적으로 도축 및 유통이 금지된다.
이들은 이러한 절차를 무시하고 병든 소를 잡아 마리당 600만∼800만원에 납품되는 질 좋은 한우와 섞어 파는 수법으로 소비자들을 속였다.
이들은 "한우를 도축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서 병든 소를 잡았다"며 "섞어서 팔면 괜찮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불법 도축한 소와 도구 등을 압수하고 병든 소고기가 유통된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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