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55곳, 임시공간에 제한적인 인력채용 지적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보건복지부 주도로 지난해 12월부터 전국에 치매안심센터(센터) 255곳이 개소한 가운데 일선 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당수 지자체가 제대로 된 준비 과정 없이 비교적 좁은 공간에 센터를 설치한 데다 제한적으로 인력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국가치매책임제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향후 몇 년간 전국 200곳 이상에 센터를 확충해 치매 환자와 가족들이 상담과 조기 검진, 관리, 의료·요양 서비스 연계 등의 통합적인 지원을 받게 할 계획이다.
기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47곳에서 운영 중인 치매지원센터의 규모와 기능을 확대하는 것으로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우선개소'와 '정식개소'의 형태로 각각 206개와 2개가 문을 열었다.
우선개소는 간호사 등 신규 직원을 5명 이상 채용해 상담이나 검진 등 필수업무부터 수행하는 것이고 정식개소는 별도의 센터 건물을 완공한 뒤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선개소는 소규모의 인력을 채용해 임시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어서 센터 본연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의 A 보건소는 지난해 66㎡(20평) 가량의 한 건물 내 사무실을 임대해 센터를 임시로 개소했다.
현재까지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등 6명을 채용해 지난 1월 한 달간 상담 463명, 환자등록 10명, 치료비 지원 8명, 이식표 발급 113명 등의 업무를 추진했다.
A 보건소 관계자는 "센터가 제 기능을 하려면 최소 100평 이상의 공간이 필요한데 현재까지 기존의 업무만 이어지고 있다"며 "본격적인 치매 관리 프로그램 운영은 두 달째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자체의 센터가 입주할 건물은 내년 연말은 돼야 완공된다.
부산의 다른 지자체 상황도 비슷하다.
B 보건소는 지난해 12월에 보건소 내 공간을 쪼갠 뒤 센터를 임시로 개소해 기존의 업무만 계속하고 있다.
그나마 오는 3월에 인근 주민센터 1층 공간 일부를 리모델링해 입주하기로 했지만 규모는 턱없이 모자란다.
B 보건소 관계자는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을 전후로 센터 개소를 너무 서둘러 속도 조절을 여러 차례 당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평가지표 때문에 센터를 임시로라도 개소했지만 공간과 인원이 모자란 상황에서 센터만 문을 열면 무슨 소용인가"라고 되물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행정안전부의 '2018년(2017년 실적) 지자체 합동평가 지표체계 및 지표 매뉴얼'에 기존에 없던 '치매안심센터 운영 여부'가 갑작스럽게 주요 평가지표로 신설돼 일선 지자체는 앞다퉈 센터를 임시로라도 개소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행안부 및 지자체와 협의를 거친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현장의 여건은 고려하지 않은 채 센터 개소를 압박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0월 각 지자체에 배포한 '치매안심센터 사업안내'에 명시된 인력 구성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신규채용 대상자의 자격을 간호사, 사회복지사(1급), 임상심리사, 작업치료사로 제한했다.
전국 지자체 60여곳이 2011년에 센터를 개소한 경기 의왕시보건소를 방문해 다양한 전문인력 채용과 역할 등을 벤치마킹하려 했지만 이런 지침 때문에 기존의 계획을 대폭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의 C 보건소 관계자는 "센터를 제대로 운영하고 싶어서 건물을 매입해 음악치료 전용 공간을 만들고 운동처방 관련 장비를 골랐는데 음악치료사나 물리치료사 채용은 불가능했다"며 "시 무기계약직 채용 때 음악치료사나 물리치료사를 뽑아 시가 아닌 센터에서 근무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도 치매 증상을 호전시키거나 예방하는 운동처방이나 재활치료를 담당하는 물리치료사 등의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싶어도 못하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역별 여건에 따라 센터 운영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올해 1월 한 달에만 치매 환자가 전국적으로 1만9천 명 등록돼 관리받고 있는 등의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채용 지침은 지자체는 물론 학회나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검토한 뒤에 조정할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광역치매센터 박경원(동아대 의대 신경과학교실 교수) 센터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 센터가 정착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본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보완하고 센터 인력의 수준을 유지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pitbul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