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 조직정비로 대사 권한 강화…미국은 외교 예산·인력 축소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무대에서 잇단 '나홀로 행보'에 미국이 고립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 1년간 고위직 외교관이 대거 이탈해 외교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틈타 중국이 해외 공관과 자국 대사들에 힘을 실어주는 등 대대적인 조직정비를 통해 외교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외교 소식통을 인용, 중국 공산당이 다른 정부 기관 인력이 해외 공관 인력을 대체하는 것을 중단하고 각국 대사가 공관 인력을 직접 관리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외교부 조직정비를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조직 정비를 통해 더 강력한 해외 공관을 구축해 중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한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외교부는 해외 공관의 재정·인사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갖게 된다.
중국 정부의 외교부 정비 움직임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5천억달러(약 543조7천500억원) 규모의 무역·인프라 투자 계획을 통해 해외에서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는 가운데 나왔다.
통신은 중국 외교부의 이런 움직임은 고위 직업 외교관들의 잇따른 퇴진과 주요국 대사 인선 차질로 인한 외교 공백, 국무부 예산·인력 감축 등으로 전력과 사기 모두 위축된 미 국무부에 직접적인 도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월 시 주석이 외교부에 통일된 협력 강화와 해외 공관의 기강 확립 등을 주문하면서 시작됐다.
시 주석은 여기에 지난해 중국 외교사령탑으로는 14년 만에 처음으로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 담당 국무위원을 정치국원에 포함했다.
수전 셔크 미 UC샌디에이고 21세기중국연구센터 교수는 "중국이 국제무대의 중요한 일원으로 부상하면서 공관 직원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 등이 이를테면 만취해 비위를 저지르는 것부터 중국의 외교 정책을 독자적으로 대표하는 등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차단하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외교부의) 이런 변화들은 미국 외교관들의 사기가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황에서 중국 외교관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정부의 예산 관련 정보가 제한적이고 미중 회계 관행상의 차이를 고려할 때 양국 외교활동 규모를 직접 비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나 양국 외교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중국 외교부 예산은 지난해 540억위안(약 9조2천400억원)으로 2013년 예산의 2배에 이른다.
반면 백악관은 지난해 외교 예산으로 271억달러(약 29조5천억원)를 책정했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30% 줄어든 금액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의 통역관 출신인 가오즈카이(高志凱) 중국 국제관계학회 이사는 "과거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미미했고 견해는 존중되지 않았다"며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중국 대사관과 영사관이 더욱 중요해지고 중국의 정치적 외교적 영향력을 대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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